하나님의 세상 출입문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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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십대 중반쯤의 여자가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대충의 내용은 그녀가 기도원의 한 장소에 집착해서 그곳을 독점하고 남들에게 내주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쫓아내도 허락 없이 들어와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마침내 기도원은 그녀를 고소했다. 그녀는 내게 바로 그 자리에서 예수를 보았다고 했다. 거기를 가야만 예수를 볼 수 있고 계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 장소에만 예수님이 나타납니까? 다른 곳에 가서 기도하면 안 됩니까?”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 자리는 신성한 곳이에요. 그리고 절대 비밀을 지킨다고 약속하면 내가 거기서 예수님에게 직접 받은 계시를 알려줄께요.”
  그녀는 광신도 같았다. 접신한 사람들한테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눈빛이었다. 그녀는 마치 큰 은혜를 내게 베풀어준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사양하겠습니다. 비밀을 저에게 말하지 마세요. 변호를 하려면 전후 상황을 법정에서 말해야 하는데 비밀을 지켜 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그녀에 대한 변호를 거절했다. 하나님이 세상에 오는 통로는 한 장소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등장하는 장소는 다양했다. 광야의 떨기나무에 불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성소의 언약궤(言約櫃) 위에 내려오시기도 했다. 예언자들은 강가에서 전능한 존재를 만나기도 했다. 예수가 살아계실 때 성전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기도를 하고 거룩한 존재를 만났다. 사도 바울에게는 길거리에서도 꿈에서도 다양하게 예수의 영이 나타났다. 그러나 어떤 장소에 특별히 집착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내가 매일 유튜브를 통해 듣는 팔십대 목사님의 설교가 있다. 그는 한번 자기의 개인적인 체험을 이렇게 말했다.
  
  “6.25전쟁이 일어난 해인 1950년 초경 저는 북한의 감옥에 있었습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잡혀 들어간 거죠. 거기서 다음 날은 강제노동을 하기 위해 광산으로 끌려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날 밤 제가 감옥을 지키는 사람에게 사정을 했습니다. 몇 시간만 몸을 풀어주면 다니던 예배당에 가서 기도하고 오겠다구요. 공산당인 그 사람이 의외로 허락을 해 주더라구요. 예수쟁이는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믿는다고 하면서 갔다가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예배당으로 가서 네 시간 동안 기도하고 찬송하고 다시 감옥으로 갔었습니다.”
  
  그 노 목사의 믿음은 대단했다. 그는 남쪽으로 내려와 큰 교회를 이룩하고 팔십이 넘도록 오십 년 동안 쉬지 않고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 정말 기도하는 성스러운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일까. 나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새벽이면 일어나 다니는 교회에 가서 기도했다. 새벽의 신성한 기운이 가슴속에 안개같이 퍼져 경건해지는 것 같았다. 또 한동안은 특정 기도원을 계속 다녔다. 그곳 숲 속의 작은 기도방 안에만 신령한 영이 있는 것 같았다. 또 한동안은 많은 성직자들이 영적인 체험을 했다는 산의 바위로 가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백년 전에 살았던 믿음이 깊은 한 노인이 남긴 이런 내용의 글을 읽었다.
  
  ‘착하고 가난한 이가 추운 겨울에 물건을 파는 상점, 남편 병간호를 하는 아내가 동녘 하늘이 아직 밝기 전 엎드려 기도하는 곳 그곳이 하나님의 교회가 아닌가?’
  
  백 년 전 그 노인의 말이 더 가슴에 설득력 있게 젖어 들어온다. 요즈음은 새벽에 나의 작은 골방에서 기도한다. 그러면 성령이 마음속에 아침이슬같이 맺히는 느낌이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기도한다. 그럴 때면 주님이 슬며시 옆에 서 계신 것 같다. 법정에서 변호를 하기 직전에 순간 기도를 할 때가 있다. 마음 문을 열어놓으면 언제든지 바로 오시는 것 같다. 이제는 특정한 장소나 대리석이나 금속으로 화려하게 꾸민 예배당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내가 혼자 꿋꿋이 서서 일하거나 기도하는 곳도 하나님의 교회라는 생각이다.
  
[ 2020-01-03, 09: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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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1-04 오후 3:44
"내가 있는 곳" "기도하는 곳" "하나님은 바로 그 곳에 게신다" 감사!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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