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십자가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변호사인 내가 피고로 변해 법정에 섰었다. 시사잡지인 ‘월간조선’에 대법원 판결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배경에 있는 교활한 기업사냥꾼의 잘못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기록만 보고 재판을 했다. 교활한 인간들이 돈을 쓰고 논리를 조작하면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로 변하기도 했다. 논리와 거짓이 궁합이 맞을 때도 많았다. 재벌급이 된 기업사냥꾼 회장은 내게 이렇게 경고했다.
  
  “나의 그룹 전 변호사를 동원해 당신을 파멸시켜 주겠어.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갈 테니까 한번 기다려 봐.”
  
  그의 금력은 막강했다.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당했다. 여러 모함이 법률서류 안에 들어 있었다.
  
  잡지사의 편집장이 바뀌고 담당 기자도 다른 사람이 됐다. 잡지사 자체가 소송에 안 걸린 걸 다행으로 여기고 책임회피에 바빴다. 전 편집장이던 조갑제씨가 증인으로 불려 나왔다. 재판장이 물었다.
  
  “원고가 들어오면 그게 사실인지 확인합니까?”
  “편집장으로 당연히 팩트 체크를 합니다.”
  
  “그렇다면 피고 엄상익이 원고를 월간조선에 보냈을 때 그게 진실인지 확인하셨습니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왜 안하셨습니까?”
  재판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엄상익 변호사가 쓴 원고는 다 진실이니까요.”
  방청석에서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공개적으로 그렇게 믿음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살아오면서 최고의 훈장을 받은 느낌이었다.
  
  방청석 앞쪽에는 나에게 소송을 제기한 회장과 그의 부하들이 나의 침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나와서 앉아 있었다. 재판장이 조갑제씨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잡지의 글을 보면 저기 원고로 앉아 계시는 회장님이 나쁜 놈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편집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동의했습니다.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청석에 앉아있는 회장의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글을 쓴 엄상익이라는 사람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변호사인데도 너무 순진하고 단순하다고 할까요? 영리한 사람은 이런 자리에 안 오죠.”
  
  원고를 보낼 때 나는 각오하고 있었다. 나는 작가로서 쓴 것이다. 작가는 사회적 비리를 폭로할 의무가 있다. 당연히 나의 십자가를 져야 했다. 법정에 서고 재산을 날리거나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 변호사 선배인 한승헌 변호사도 그가 쓴 책 때문에 징역형을 살고 변호사 자격을 정지당하기도 했었다.
  
  변호사를 하다 보면 악마가 보일 때가 있었다. 그 악마에게 무릎을 꿇기 싫었다. 나는 피를 흘리면서 칼이 아니라 글로 싸워왔다. 모함을 하는 것도 고문을 하는 것도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의 행위였다. 나는 재판에서 이기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대법원 판결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하급심 판사들에게는 그 점이 목구멍에 걸린 가시인 것 같았다. 나는 일심과 이심에서 졌다.
  
  여러 번 돈을 빼앗겼다. 사십대 초쯤도 그랬다. 청부를 받은 조폭들의 살인을 보고 글을 통해 폭로했다. 직접 협박이 왔다. 아파트를 팔고 다가구 주택으로 옮겨 그 차액을 그들에게 합의금으로 주었다. 바보짓이지만 성격이 그런 운명을 만들었다. 하나님은 바보인 나에게 더러 천사를 보내서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했다.
  
  그 사건은 마지막에 천사 같은 대법관을 만나게 했다. 그 대법관은 대법원 판결이라도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그걸 비평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영역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업사냥꾼 회장이 나쁜 놈인 건 진실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예수가 진 거대한 십자가가 있지만 그를 따라가는 나는 나의 작은 십자가를 진다는 마음이다.
  
  
  
  
[ 2019-09-19, 11:0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1   2019-09-19 오후 6:28
작은 십자가가 아닙니다!!! 마음에 평화를 주는 따뜻한 글입니다!!! 항상 위로를 받고 있으며 감사드립니다!!!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