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적의 연속이 아닐까. 그 기적을 본 지가 사십 년 전 어느 날쯤 아닌가 싶다. ‘유리 겔라’라는 이름의 유대인이 한국으로 왔다. 기적을 일으키는 그는 절대 속임수를 쓰는 직업 마술사가 아니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가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전 국민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로 했다. 방송국 측에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속임수를 감시하고 그의 기적을 생중계를 하겠다고 했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현장에 과학자와 물리학자를 입회시키기로 했다. 평범한 인상의 유대인인 그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일은 저의 힘이 아닙니다. 믿음에서 오는 힘이고 마음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하는 겁니다. 이 방송을 보는 분들 중에 저의 말을 순수하게 믿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그 분에게도 기적은 일어납니다. 의심하지 말고 한번 진심으로 믿어 보십시오. 믿음의 힘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성경 속의 예수는 겨자씨만한 작은 믿음이라도 있다면 산을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리 겔라는 말을 마친 후 옆에 준비된 작은 탁자 위에 놓인 금속 목걸이 줄을 손으로 가리켰다. 평범한 쇠줄이었다. 그는 그 위에 손을 잠시 얹었다 떼었다. 카메라가 그 금속 줄을 클로즈업했다. 줄이 중간에서 타서 끊기어 있었다. 속임수인 그런 마술은 흔히 있었다.

유리 겔라는 방청석에 나온 열세 살쯤 되는 소년을 앞에 나오게 했다. 그는 소년의 작은 손을 금속 줄 위에 놓게 하고 그걸 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라고 했다. 잠시 후 소년이 덮었던 손을 올리자 금속 줄은 끊겨져 있었다. 사람들이 탄성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역시 그 소년과 짜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었다. 유리 겔라는 그 다음 쇠로된 포크 한 개를 손에 들었다. 그 앞의 방청객들에게 준비한 포크를 나누어 주었다. 유리 겔라는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들도 집에 있는 포크를 가져다 자기 같이 손에 들어 보라고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주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마음으로 그 에너지를 믿으십시오”

우주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능력이나 힘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자(賢者)들은 같은 진리를 가지고 여러 다른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손에 쥔 포크가 휘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방청객 손에 들렸던 포크도 고개를 떨어뜨렸다. 시청자가 들고 있던 포크가 굽어졌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물리학 교수는 놀란 눈으로 자기들이 아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가 마지막 기적을 행했다. 그가 손바닥 위에 콩을 한 알 놓았다. 그리고 조용한 눈길로 콩을 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슬라이드 영상같이 콩에서 여린 싹이 솟아 오르는 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성이 터져 나왔다. 내 눈을 부비고 봐도 그건 기적이었다. 성경을 보면 예수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단번에 무화과 나무를 말려버리기도 했다. 몸에서 나가는 에너지를 느꼈다고 하면서 누가 내 옷자락을 잡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혈루병(血漏病)에 걸린 여인이 몰래 예수의 옷을 잡았을 때의 얘기다. 예수는 다시 보게 된 맹인이나 회복된 문둥병자에게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했다.

유리 겔라의 기적을 보고서 나는 성경 속의 기적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예수가 죽은 후 베드로는 돌아다니면서 절대 그것들은 신화나 만들어 낸 전설이 아니라고 했다. 자기가 직접 옆에서 기적을 체험한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기적은 종교의 기본적인 요소라는 생각이다. 인간에게는 기적이지만 하나님에게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유리 겔라의 기적을 봤다고 하면서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들이면 어떤 것이 불가능하겠느냐고 했다. 돌이켜 보면 힘들 때 했던 간절한 기도는 우주에 가 닿은 것 같았다. 거기서 얻은 힘으로 먼지 같은 존재인 내가 그나마 오늘의 나로 존재하는 것 같다. 삶은 기적의 연속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