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통신] 예년과 전혀 다른 벚꽃 구경
떠들썩한 소음도 없고, 일 년에 한 번 꽃놀이 대목을 찾아다니는 포장마차도 없고, 술과 음료, 도시락도 없고, 화사하게 웃는 얼굴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조용히 각자 카메라로 만개한 벚꽃을 찍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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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일본대지진(3월11일)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경찰청이 어제(4월10일) 19시에 발표한 인명피해는 사망 1만 3013명, 실종 1만 4608명, 부상 4684명으로 사망과 실종자 (2만 7621명)가 부상자의 6배 정도 됩니다. 인명피해만 봐도 쓰나미의 가공할 파괴력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일본열도침몰’이니 하고 경박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꿈속에서라도 일본열도가 사라진다면, 이번에 본 1000년에 한 번의 대재앙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게 되는 건 아시아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입니다.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일주일 넘게 동경을 비운 사이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마침 국회도서관 근처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서 식사 후 산책삼아 皇居(황궁)의 한조몽(半藏門)에서 야스쿠니 신사까지 에도城의 內城濠(치도리가후찌)를 따라 걸었습니다. 가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이곳은 동경에서도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소풍 나온 여학생들도 보였습니다. 원래 일본인의 벚꽃구경은 유별납니다. 평소엔 조용하던 일본인들도 ‘하나미(벚꽃구경)’ 땐 감정과 표정을 감추지 않습니다. 서로가 바쁜 생활 때문에 좀체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지인들이 어울려서 벚꽃 아래서 먹고 마시고 담소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고 추억이 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 사원들도 회사 선배들을 위한 꽃놀이 준비가 직장생활의 시작이며 직장에서 평가받는 첫 기회가 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치도리가후찌’에서 본 ‘하나미’는 전혀 달랐습니다. 떠들썩한 소음도 없고, 일 년에 한 번 꽃놀이 대목을 찾아다니는 포장마차도 없고, 술과 음료, 도시락도 없고, 화사하게 웃는 얼굴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조용히 각자 카메라로 만개한 벚꽃을 찍을 뿐이었습니다.
  
  서울과 동경은 時差(시차)도 없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그리고 위성방송과 인터넷이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주고 있어도, 서울에서 듣고 느끼는 東京, 혹은 일본의 대지진에 관한 정보에는 큰 갭이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이틀 정도 지나니 동경이 아주 멀게 느껴지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感(감)이 무디어 집니다. 일본에서 지내는 제가 서울에 도착해 불과 이틀만에 동경 事情(시정)이 멀게 느껴지기 시작하니, 한일 양국이, 아니 다른 나라, 다른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한국사회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재해 전반과 복구 문제보다는, 사고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에만 관심이 돌아가고 있는데,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직접 겪지 않은 일본인들도 비슷하긴 합니다. 사고 원자력발전소의 반경 30km 이내에 방치되었던 쓰나미 희생자 시신 수습작업이 4월7일에야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간 방사능 피폭을 이유로 軍(군)과 경찰 등을 수색작업에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고 원자력발전소 반경 30km 내에 부상자가 생존해 있었다고 해도 구출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트리아쥐(triage)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이나 비상사태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치료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리적으로 모든 부상자를 치료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는, 치료해도 어차피 생존 가능성이 없는 절망적인 부상자는, 치료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아예 포기하는, ‘비정한,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합리적인(?) 대응’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 당국의 대응조치가 그러한 극한 상황에서 내려진 비정한 triage로는 제겐 보이지 않습니다. 제게는 말로만 人命(인명)과 人權I(인권)을 외쳐온 위선적이고 관념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치의 본질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최소한 사고 원자력발전소에서 수 km 떨어진 곳이면 어느 정도 방호조치를 취하면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마치 동물들의 주검을 보듯이, 그 지역에 희생자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패되는 것을 방치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그저 관념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치를 하지 않은(하지 못한) 것은 거듭 말하게 되지만, 애당초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력과 장비 등 부족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일본은 ‘재해대책기본법’, ‘경찰법’, ‘자위대법’에 정부(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제(4월10일)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선거가 있었습니다. 투표율은 50%를 밑돌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선거운동도 없었던 이상한 선거였습니다. 대재해로 인한 自肅(자숙) 분위기로 인해 후보자 상호 공격 등 선거운동을 못했으니 현직에서 출마한 후보자 절대로 유리합니다. 선거 결과는 실제로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도 여타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눌렀습니다. 여당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참패했습니다. 재작년 여름 총선거에서 이겼던 만큼이나 졌습니다. ‘칸 나오토 민주당 정권’은 재해 복구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뿌리기식 복지예산(육아수당, 고속도로 통행 무료화 등)을 줄이라는 여론의 요구가 강한데도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저항했다가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미 투표 전(4월7일)에 여당 출신인 참의원 의장이 칸 나오토 총리의 무능 무책임을 비판, 사퇴를 촉구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번 미증유의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칸 나오토 내각’은 3월 중순에 넘어질 상황이었습니다. 실은 대지진이 일어난 날, 칸 나오토 총리 자신이 외국인(재일한국인)으로부터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한 법을 위반한 사실이 발각되었었기 때문입니다.
  
  즉, ‘칸 나오또 민주당정권’은 우습게도 1000년에 한 번의 대재해 때문에 정권이 연장되고 있는 셈인데, 일본사회(유권자)가 이를 너무 잘 알고 분개하고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민주당 정권은, 집권 직후에 육아수당 등 ‘복지예산’ 재원 마련을 위해 200년에 한 번 정도의 폭우에 대비한 댐 건설 예산을 삭감했던 것을 모두가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치주도’를 내세우고 국민의 공복인 관료체제를 부정, 파괴하는 좌파 포퓰리즘 독재를 체험한 일본사회가 대재해 복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수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계획정전’은 일본사회의 자발적인 節電(절전)과 비상 발전시설 복구로 4월8일에 일단 끝났습니다만, 도쿄 디즈니랜드는 대지진후 문을 닫은 채입니다. 디즈니랜드가 소비하는 電力(전력)이 50만가구가 소비하는 전력이라고 합니다. 언제 다시 문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아직 동네 슈퍼에선 생수를 살 수 없고, 요구르트와 낫또, 휴대용 부탄가스 등은 구매 수량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비교적 활기가 떨어지는 농촌 지역으로 간주되었던 동북지방이 일본사회의 극히 중요한 일부분이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余震(여진)에 대비해서 욕실에 담아두었던 수세식 화장실용 물을 한 달만에 뺐습니다. 여진이 오지 않을 걸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욕조를 깨끗이 닦고 수돗물을 담았는데도,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 그대로, 한 달이 지나니 물곰팡이가 생겨서 욕조를 닦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2011.04.11)
  
[ 2011-04-11, 18:1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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