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바다 이야기(3/6)
원균이 선무1등 공신이라면, 도망간 이일과 패전한 신립도 선무1등 공신이 되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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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바다 이야기(3/6)
  즈믄해라 불린 거북의 한
  
   350년을 산 거북이답게 역시 즈믄해는 머리가 좋았습니다.
  
   결국 그것이 바로 저 유명한 거북선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 날로부터 즈믄해는 강화도 갈 일을 까맣게 잊고 거북선 밑에 딱 붙어서 신나는 전쟁 구경을 했습니다.
  어찌나 신이 나든지!
  섬 난쟁이들은 이순신 장군만 만나면 꼼짝도 못했습니다. 달아나기 바빴습니다. 그들의 새총도 이순신 장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신출귀몰한 작전과 육지의 연병장에서 사열하듯이 일사불란한 배들의 움직임, 거기다 새총을 능가하는 고려의 최무선 대포를 개량했다는 대포가 있었으니까요. 고려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습니다.
  
   늘 이기는 전쟁을, 전혀 다치지 않고, 일일이 그 현장에서 샅샅이 구경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은 이 세상에 다시없을 겁니다. 월드컵 축구! 웃기지 마시오. 그것, 어린애 장난과 뭐가 다를 게 있소?
  전쟁도 못된 마음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전쟁이 아니라 침략자를 물리치는 전쟁이었으니까요.
  
   거북선이 늘 싸우러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가만 보니 큰 전쟁, 난바다에서 싸울 때만 갔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왜선 한가운데서 자기는 전혀 다치지 않고 좌충우돌 마구 들이받고 대포를 쏘아대고 유황불을 뿜어대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거북선이 쉴 때는 이순신 장군의 배 밑에 들어갔습니다. 그분은 늘 앞장서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늠름하면서도 추상같은 얼굴이었지만, 전쟁이 끝나면 얼마나 온화한 표정을 짓든지 늘 봄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한번은 좀 한가한 날에 고개를 내밀었다가 그만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간이 콩알만해졌습니다.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있었더니, 먹던 오징어를 통째로 툭 던져 주었습니다.
  
   그 날로 바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등어리의 '高'자를 보시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외롭겠구나! 넌 내 마음 알겠구나!'
  
   한 번은 밤에 몰래 그분에게 자꾸 손짓하여 등에 태우고 한산대첩에서 거북선을 숨겨 두었던 작은 섬 화도(花島)까지 태워 준 적도 있었답니다. 거긴 꽃들이 참 아름다웠거든요. 이 때는 좌수사가 아니라 통제사라고 했었지요.
  
   돌아올 때는 수영 솜씨를 서로 자랑했습니다. 헤엄을 참 잘 치더라구요. 한강의 노량진에서 익힌 솜씨라고 하더군요. 결국 남해의 노량에서 숨지다니, 참 묘한 인연이었지요.
  
   수영 솜씨 자랑에서 누가 이겼나구요? 그야, 즈믄해가 이겼지요. 태평양을 건너 온 솜씨를 어찌 이기겠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이순신 장군이면 무조건 아무 거나 다 잘하신 줄 아세요?
  
  세상에! 세상에! 통제사 어른이 잡혀갔습니다.
  
   이어 통제사 어른을 비겁자로 몰아서 한양으로 잡혀가게 만든 원균이 새 통제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만용만 넘쳤을 뿐 전혀 전략 전술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욕심쟁이에 겁쟁이에 돌대가리였습니다. 군량미는 혼자 다 먹었는지, 군인들은 배가 고파 배 다리 저을 힘도 화살을 쏠 힘도 없었습니다.
  
   저 한 맺힌, 즈믄해의 한이 서리서리 맺힌 칠천량 해전에서 칠흑 같은 밤에 앞뒤로 섬 난쟁이들한테 완전히 포위되어, 일방적으로 조선의 배들이 부스러졌습니다. 거제도 앞 바다가 온통 피로 가득 채워졌답니다. 섬 난쟁이들의 새총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그 칼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도륙이었습니다.
  일방적인 도륙이었습니다. 적의 배는 단 한 척도 상하지 않았답니다. 그 튼튼한 조선 배에 불이 붙어 무려 300여척이나 바다에 가라앉았답니다.
  
   들으니, 이런 원균을 이순신 장군과 똑같은 선무1등 공신으로 드높여 후세에 원균을 추앙하는 자까지 생기게 만들었다니, 세상에 조선은 정말 희한한 나라였습니다. 하긴 지금도 공정한 척, 조선실록의 앞 뒤 안 맞는 글자 몇 자에 현혹되어, 또는 곡학아세하는 자들의 요상한 말만 듣고, 스스로 연구한 척, 원전 한 번 살펴보지 않고, 원균도 이순신 장군처럼 나란히 높여야 된다고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하지요. 그 조상에 그 후손, 씨 도둑질은 못하나 봅니다.
  
   그럼, 이일과 신립도 선무1등 공신이 되어야겠군요. 그들도 왜적을 보자마자 허겁지겁 달아나거나 부나비가 불에 뛰어들 듯이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고 조총의 탄막을 향해 부하들을 독려하여 칼을 빼들고 맹렬히 말을 치달려 가다가 왜적은 한 명도 못 베고 전원이 몰사했으니까요. 원균이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백 리 밖에서 들려오는 왜적의 조총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전라좌수영(5관 5포)보다 3배나 큰 경상우수영(8관 16포)에서 100여척의 대소 전선을 몽땅 바다에 가라앉히고 무려 만여 명의 수군을 해산하고 달랑 2척의 전선만 끌고 이순신 장군의 관할지역으로 허겁지겁 도망쳤으니, 상주에서 도망간 이일과 비슷하네요.
  
   신립과도 꼭 닮았지요. 원균이 백방으로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여 꿈에 그리던 통제사가 된 후, 한편으론 한양에 뇌물 바치느라 군량미를 탕진하고 한편으론 뇌물 챙기느라 수군의 반을 군적에서 빼 주어 배 저을 힘도 없고 대포 다룰 사람도 없는 수군을 거느리고 거친 바다에서 용을 쓰다가 한밤중에 적에게 포위되어 조각배 한 척 못 깨트리고, 아, 뼈가 깎이고 살이 타도다! 이순신 장군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고심참담 오로지 당신 혼자 힘으로 군민의 영혼을 사로잡아 최후의 일전을 위해 피와 땀으로 건조한 당시 세계제일의 대소 전선
  300여척을 아궁이에 땔감을 밀어 넣듯 왜적의 성난 불바다에 밀어 넣고 당시 세계제일의 조선 수군을 펄펄 끓는 솥에 미꾸라지를 쓸어 넣듯 왜적의 탄막 속으로 몰아 넣었으니, 그 아니 신립과 닮았으리오! 아니, 신립은 그래 봐야 수백 명 죽인 것에 지나지 않으니, 원균에 비하면 죄도 아니니, 원균이 선무1등 공신이라면 어이 신립이 선무1등 공신이 아니 되리오. 이일은 불과 몇 백 명 버리고 도망갔으니, 원균에 비하면 그 죄상이 너무 가볍고 또 그는 후일 평양 탈환에 크게 공을 세웠으니, 원균의 상투가 이일의 짚신에 미치지 못하도다. 원균이 선무1등 공신이라면, 어이 이일이 선무1등 공신이 아니리오?
  
   마치 중용의 미덕을 체득한 듯이 원균 영웅설을 퍼뜨리거나 그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자들은 글자로 쓰인 것은 무조건 신처럼 떠받드는 바보들이지요. 사실상의 문맹이지요.
  그런 자는 일본서기를 100% 믿을 자입니다. 한국의 온갖 멋진 서류들을 100% 믿을 자이고요. 서류를 위한 서류가 뭔지도 모르고, 이중장부가 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대중의 이름으로 나온 책도 100% 믿을 자입니다.
   어이 즈믄해가 한이 안 맺힐 리가 있었겠습니까?
   어이 조선의 바다에 살 맛이 났겠습니까?
  
   그 웅장한 거북선도 세 척 모두 거기 가라앉았습니다. 거북선의 문으로 난쟁이들이 쏙쏙 잘도 기어 들어가서 거기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고 새총으로 일본도로 밑구멍이고 옆구리고 아무 데나 구멍을 뻥뻥 뚫어 가라앉혀 버렸습니다.
  
   침도 뱉고 코도 풀고 오줌도 내갈기고 심지어 똥까지 싸는 놈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그들이 거북선에 대해, 칼도 새총의 총알도 퉁겨 나가기만 하는 철갑선에 대해 이를 갈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이 때 즈믄해도 죽을 뻔했습니다. 순간적인 위기에 대한 직감으로 미리 바닷속으로 가라앉아서 간신히 목숨을 살렸지요.
   --계속--
  
[ 2006-08-30, 18:2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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