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바다 이야기(1/6)
이제 조선으로 바뀐 나라에 작달만한 놈들이 새총을 들고 바다를 건너 물밀 듯이 쳐들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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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바다 이야기(1/6)
  즈믄해라 불린 거북의 한
  
   500년을 산 거북이 있었습니다. 몸무게도 실히 500킬로그램은 나가는 어마어마한 거북이었습니다. 500살이 되어도 여전히 정력이 넘쳐서 이따금 바람도 피웠습니다. 누가 봐도 앞으로 500년은 더 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거북들은 다들 그를 즈믄해 거북이라고 불렀답니다. 실은 한 200살 되면서부터 얻은 이름이었습니다.
  
   만세라고 두 손을 치켜드는 인간들을 보면 참 우습지요. 100년도 겨우 살면서 말입니다. 대한민국 만세라면 좀 애교로 봐 줄 수도 있겠지만, 5년도 못 가는 대한민국의 정당을 보고 만세, 만세하는 걸 보면 저것들 머리는 거북보다 못하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요.
  
   그의 고향은 고려국 경기도 강화도였습니다. 그가 태어날 때는 몹시 시끌시끌했습니다. 인간들끼리 전쟁을 한다고 했습니다. 앞머리가 하나같이 대머리에 뒷머리는 긴 돼지꼬리처럼 땋은 우스꽝스러운 인간들이 점잖은 고려 사람들을 보고 약이 많이 올라 있었습니다.
  
   아마 거기까지 고려인들을 몰고 온 걸 보아 싸움 꽤나 한 모양이지만, 그들은, 물에만 들어가면 날렵한 고려자기가 꼬로록 빠지듯이 헤엄을 못 쳐서 발만 동동 굴렸나 봅니다. 토끼와 똑같은 놈들이었나 봅니다. 토끼란 놈들은 물을 보면 한 모금 마실 줄만 알지 한 방울이라도 몸에 튈까 봐, 겁 많은 눈을 쉴 새없이 굴리지요.
  
   용궁에 토끼가 거북이랑 같이 갔다는 이야기가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데, 상상력에 날개가 달린 인간이 엉터리로 지어낸 거지요. 토끼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물이니까요. 죄송합니다. 토끼 얘기만 나오면 우리 거북들은 흥분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우당탕탕하는 인간들끼리의 싸움 때문에 애 많게도 거북들이, 새끼 거북들이 숱하게 죽었답니다.
  천신만고 끝에 바다로 들어간 즈믄해 거북은 안도의 숨을 내쉴 틈도 없었습니다. 인간들이 휙휙 내젓는 노에 부딪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이 때 입은 상처가 등어리에 크게 남아 있었답니다. '高'라는 글자 형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麗'자까지 새겨졌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겁니다. '높음'은 꼭 '고움'과 결합해야 조화를 이루는 건데, 참 삶이란 게 묘하지요? '높음'에 '고움'이 빠져서 비록 즈믄해는 살아남았지만, 숙명적으로 외로움과 인연을 맺어 그와 죽는 날까지 헤어질 수 없게 되었나 봅니다.
  
   즈믄해는 무조건 멀리 멀리 도망갔습니다. 수십 년 가다 보니까 덩치도 누구 못지 않게 커졌고 온갖 위험을 피하는 지혜도 얻었습니다. 오늘날의 태평양도 다 다녀보았습니다.
  제일 오래 산 곳은 오늘날 샌프란시스코라 부르는 해안이었습니다. 한 2백년은 살았을 겁니다.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지요. 아내도 여럿 거느렸고 자식도 많았지요. 거기가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이상하지요? 어느 날 갑자기, 꿈에 나타날까 두렵던 고향이 생각난 것은?
  
   무슨 말로도 거북이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더듬더듬 기억을 되짚어 무작정 고려를 향해, 강화도를 향해 떠났답니다. 아내들과 자식들을 다 버리고 떠나는데도 홀가분하기만 했답니다.
  
   워낙 덩치가 커서 상어도 감히 즈믄해를 건들지 못했습니다. 집적거리려 하면 팔다리와 목을 쏙 집어 넣고 그냥 가라앉으면 되었습니다. 상어 이빨도 즈믄해의 살갗을 간지럽히기만 했으니까요. 히히히!
  
   넘실넘실 태평양을 누비면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면서 한 50년 걸려서 마침내 사랑하는 고려, 지긋지긋했던 나라 고려의 탐라에 도착했습니다.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던 그 기쁨을 어디다 비교하겠습니까?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뭍의 소식이 심상찮았습니다. 이제 조선으로 바뀐 나라에 작달만한 놈들이 새총을 들고 바다를 건너 물밀 듯이 쳐들어와서 고려 아니 조선의 사람들을 사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에 가서 새를 잡는다며 길이나 좀 빌려달라고 했다가는 그냥 금수강산 조선 땅에 들어가, 금수보다 못하게 새총으로 사람을 사냥한다고 했습니다. 그 놈들은 식인종이었나 봅니다.
  
   그 새총은 어찌나 소리도 크고 힘이 센지 무슨 새든 맞으면 배에 구멍이 뻥뻥 뚫린다고 했습니다. 재수 없어 머리에 맞으면 머리가 콩가루가 되었고요. 아무래도 그건 새총이 아니라 사람총이었나 봅니다. 섬 난쟁이들은 옛날부터 교묘한 말을 만드는 데는 귀신이었으니까요. --계속--
  
[ 2006-08-25, 19:4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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