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금태섭이 기존의 정치판을 뒤엎어 보겠다고 나섰다. 금태섭은 196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24기다.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검사생활도 했다.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칼럼을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적도 있다.

검사 퇴직 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가입, 활동도 했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안철수와의 친분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20대 국회의원도 했다. 오디오와 비디오가 잘 맞는 방송 패널로도 인기가 있다. 참신하다는 평판도 받는다.

그러나 금태섭은 정치판에서 주류가 되지 못하고 항상 비주류에 가까운 편이다. 금태섭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썩어빠진 기존의 정치판'을 뒤엎어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름하여 '새로운 선택'이다. 금태섭은 최근 말이 많아졌다. "국민의힘엔 사람이 없다"거나 "이재명은 말과 행동이 달라 표리부동, 조국사태 민주당은 과오 반성 없어"(KBS 여의도 초대석 2023.8.29)라고 비판도 했다. 또 "30석의 의석을 '새로운 선택'에 주면 한국정치를 바꾸겠다"고도 했다.

금태섭에게 거는 기대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친정집인 검찰 조직에 대한 지나친 비판을 비롯 서울대 법대 친구이자 동료검사였고 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 정준길 변호사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폭로해 정치쟁점화한 것 등은 친구간의 의리를 저버린것이란 비난도 있었다.

금태섭은 깨끗하고 착해 보인다. 그러나 유약해 보이기도 하다. 정치는 패거리들과 어울리는 對국민 설득이기도 하고 사기극이기도 하다. 정치인 치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자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 국무총리 한명숙이 그렇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그렇다. 현재 재판중인 송영길 대표 관련 尹 모 국회의원이 그렇고 이재명도 그 수많은 사법 리스크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도둑놈이 자신이 도둑질했다고 자백하는 것 보지 못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선 무죄"라고 말한다. 이 험난한 정치판에서 금태섭이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끝으로 필자가 몇년 전 '금태섭과 정준길'에게 띄운 '태섭아 준길아, 진정한 友情(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자'를 재록(再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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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아 준길아, 진정한 友情(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야박한 世態(세태)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안철수 교수가 받았다는 ‘대통령 불출마 종용’과 관련해 말이 많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은 바로 안철수측 금태섭 변호사와 새누리당측 정준길 변호사이다. 금 씨는 전화로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고, 전화를 건 정 씨는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친구에게 부담없이 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兩側(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法大 86학번 同期(동기)인 친구 사이로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로 근무한 뒤 변호사의 길을 걷는 등 같은 행보를 걸어왔다. 현재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것도 같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정치 陣營(진영)에 몸 담고 있다.

정준길 씨는 친구이기 때문에 금태섭 씨를 ‘태섭’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나 금씨는 기자회견에서 정준길 씨를 ‘정씨’라고 불렀다. 그들의 틀어진 관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진영은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친구 사이가 경계와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다. 경계와 공격은 진정한 친구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된다.

통상 친구 사이라면 상대를 부를 때 ‘號(호)’나 ‘子(자)’를 부르기도 한다. 이 두 개가 없다면, 대부분 성을 뺀 이름만을 부른다. ‘氏(씨)’라는 존칭은 제3자에게 말할 때 빼고는 잘 붙이지 않는다. 정씨는 금씨를 친구로 여겨 편한 호칭을 부른 것 같지만 금씨는 정씨를 정치적 반대편으로만 보아 ‘격식 아닌 격식’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금씨는 정치현실에 충실했고, 정씨는 변화된 환경을 직감하지 못한 것 아닐까? 진영을 달리하여 결투를 했을 때 敵陣(적진)의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利敵(이적)행위가 된다는데 정씨가 지금 그런 상황에 놓인 것 같다.

진정한 친구간에 아름다운 관계를 나타내는 ‘管鮑之交(관포지교)’, ‘金蘭之交(금란지교)’, ‘水魚之交(수어지교)’, ‘芝蘭之交(지란지교)’ 등의 사자성어는 일화를 통한 기록이나 口傳(구전)으로 많이 전해지고 있다. 진정한 친구란 時流(시류)에 따라 그 위상이 변해서는 안된다. 이해관계를 떠나 生死苦樂(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 친구를 위한 것이다. 친구를 희생시킨 다른 친구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悔恨(회환)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비록 진영을 달리 했다고 해도 친구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응대하는 것이 참다운 우정이요, 친구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이해관계에 집착해 서로 다투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남남으로 돌아섰을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래서 진정한 친구는 흔하지 않다. 名門(명문)대학 출신으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기도 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야박한 世態(세태)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 2012-09-11, 1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