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바가지’가 보도되고 있다. 오늘도 조선일보는《“버터구이, 붕어빵, 주스 먹고 5만 원 썼어요” 명동 바가지 또 기승》이란 제목으로 명동의 바가지 실태를 보도했다. 장사꾼들은 아예 카드는 받지 않고 가격표도 걸어 놓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국인도 아니고 외국인 상대 장사인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어제 겪은 일이다.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급히 이발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길만 건너면 내가 다니는미장원이다. 그러나 신호를 기다렸다가 건너고 하는 시간이 아까워 내가 용무를 보는 건물에 있는 미장원에 들어가서 이발을 했다. 다한 후에 얼마냐고 물으니 18.000원이다고 했다. 하여 “나는 길 건너 저 미장원에 몇 년째 다니고 있으면서 미용협회의 협정 요금대로 12.000원으로 이발하는데 무슨 18.000입니까?” 했더니 “그럼 15.000원만 주세요” 했다.

주인겸 미용사 혼자 있는 동네 미장원조차 저러니 바가지의 유행성이 코로나19보다 빠른 것 같고, 나같은 촌노에게도 바가지를 씌우는 시절이니 바가지가 온 나라에 다 퍼졌음을 알 수 있다. 세상 물정에 느린 내가 이런 사정을 알아챘으니 화타(華陀)와 편작(扁鵲)이 와도 능히 고칠 수 있는 병세가 아니다.

팔고 사고 하는 데에 믿음이 없으면 세상에 믿을 일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불신 사회가 되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판이 되고 만다. 박정희 각하가 ‘사회악 일소’ 운동을 하면서 바가지 추방을 벌인 것은 참으로 철학가 같은 안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도 겁나지만 우리 내부의 불신 풍조는 핵무기 못지않게 위험하다. 이 지경이 되도록 문재인은 무얼했나? 이 지경이 되는 그 일을 했다고 뻔뻔스레 대답할 게 뻔하다.

가만히 보면 윤 대통령은 문재인이 헝클어 놓은 나라를 다시 단정히 하고자 밤잠을 설치는 듯하다. 오죽했으면 인상했던 라면값 몇십 원조차 내리라고 했겠나? 뻗대던 라면회사도 줄지어 내리는 판국이다. 그러나 명동이나 관광지. 촉제장 소도시의 번화가 같은 곳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거니와 우습게도 동네 미장원조차 못 믿을 곳이 됐다. 그래서 제2의 ‘사회악 일소 운동’을 불붙여 주셨으면 한다.

헉명아(革命兒) 박정희가 민족 앞에서 십자가를 진 삶으로도 근근이 추방한 바가지 풍조를 과연 누가 다시 바로잡을 것인가? 또 한번 790년 후의 조그맣고 새까만 군인을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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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선생의 글에서 배운 것임

정중부의 난 성공. 무인 집권. 1170년
5.16 혁명 성공. 군인 집권. 1961년. 791년 만에 무인 재집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