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KTX 99.8%가 정시 도착?…1년치 조회하니 47%가 지연》실제로는 47%가 연착했음에도 거의 모든 열차가 정시에 도착했다고 우기는 것은 알고 보니 ‘定時’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달렸던 일이었다. 일본은 글자 그대로 定時가 定時다. 그래도 1분만 연착하면 기관사 스스로 난리를 피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15분 59초나 늦어도 정시로 친다는 것이다. 세계 표준이 그렇다는 설명을 KTX가 했다.

16분이나 늦은 그것이 무슨 세계 표준씩이나 된다고 거기에 맞춘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나? 자세부터가 후진적이다. 그따위를 표준 삼으면 백년이 지나도 앞보다 앞설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항상 15분 59초에 머무르게 되고 된다. 그리고 세계가 표준을 그렇게 정한 것은 그것보다 늦은 국가를 이끌기 위한 것이지 표준보다 빠른 국가를 느리게 하기 위함이 아닌 것쯤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그렇건만 총알처럼 빠를 능력이 있으면서도 굼벵이처럼 느린 것을 표준으로 삼는 국가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15분 59초에 맞추어서 99.8%가 성공이었다. 그렇다면 정시 도착을 3분 이내로 치면 성공률은 역시 99.8%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네의 우수성을 뒤떨어진 세계 표준에 맞춘 바람에 믿을 수 없는 특급열차가 되고 만 것이다. 미국에서 시간은 돈이다는 말은 이미 백년 전에도 있던 말이다. 그러나 인도에 가보라. 시간이 돈이라는 것은 절대 거짓말이 된다. 인도는 10시간이 늦어도 도착만 하면 되고 열 시간 늦은 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15분 59초가 늦어도 정시 도착으로 친 것은 저런 인도와 같아지자는 말이 아니고 무언가.

“박정희 각하가 국민의 정신을 기율 있게 만들었으므로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조갑제 TV의 말이 참으로 교훈적이다. 남들은 저러면서 배우고 건설하는데 우리는 빛나는 성공탑(成功塔)을 무너뜨리는 데에 희망을 두었다. 희망대로 될 것이다. 링컨은 “모든 사람은 마음먹는 만큼만 행복해진다”고 했다. 15분 59초만큼만 행복해지자는데 어째서 그렇게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