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과 정세균의 대권결투(大權決鬪)는 이루어질까?

서서히 드러나는 정세균의 숨겨 놓은 속내 10월26일자 매일경제신문은 “다시 움직이는 정세균계…대선 밑그림 그리나”란 제목의 기사를 5단 크기로 보도했다. 부제(副題)로는 ‘광화문포럼 26일부터 활동 재개. 4선 김영주 좌장… 현역 50여 명, 측근 그룹 당내 기반 다지기 분석’이라고 달았다. 요약하면 여권 대권주자의 한 명인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이 정세균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내년부터 본격 시작되는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이른바 SK(정세균)계가 당내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보도대로 만약 정세균이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전라도 출신 후보군은 이낙연과 정세균 두 명이 된다. NY(이낙연)과 SK(정세균)의 대결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까가 관심사다. 본선 당선 가능성은 차치하고 살펴보자. 이 두 사람은 전·현직 국무총리에다 같은 전라도 출신이다. 스펙으로 보면 비슷하다. 지역 연고로 보면 이낙연은 전남과 광주이고, 정세균은 전북이다. 영향력을 행사할 친문(親文)과의 가깝고 먼 원근을 따지면 SK가 NY보다 다소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세균은 살살이형으로 현직 국무총리라는 장점이 있다. 이낙연은 음흉해 보이고 말과 행동이 이중적이라는 약점이 있다. 이번 이건희 회장 추모의 글에서도 박원순과 노회찬에 대한 추모글의 내용과 비교하면 평소 이낙연의 의중(意中)이 어떠한 것인가가 여실히 나타났다. 이중적 태도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솔직하지 못하고 음흉하다는 것이다. 박원순과 노회찬의 죽음에 대해서는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들먹인 반면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사자(死者)에 대해 한편으론 추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를 들먹이며 무례함을 노출시키는 이중적 결함을 표출했다. 정치지도자가 가져서는 안 될 아주 나쁜 근성(根性·일본어 곤조)을 보여 줬다.

전라도 출신 대권 잠룡에 대해 10월20일자 동아일보 종합A6면에 소개된 보도내용을 다시 짚어 보자. “달아오르는 李李(이낙연vs이재명) 대결…변수는 김경수”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보도했다. ‘예측불허 與 차기 대선구도. 당대표 취임 50일 맞은 이낙연, 현안 챙기기 앞장서도 지지율 주춤, 지지율 역전 뒤 격차 벌린 이재명, 무죄판결 이후 거침없는 행보, 김경수 재판 무죄 받으면 친문 급속결집 가능성’이란 부제(副題)를 달았다.

기사의 핵심은 여권에서 그동안 대선후보로 선두를 달리던 이낙연의 지지율이 주춤한 반면, 이재명이 치고 올라와서 지지율을 역전(逆轉)시켰다는 것이다. 이낙연이 이재명에게 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이재명도 김경수에게 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론은 전라도 출신 이낙연이 전라도 몰표와 호남정서 결집만으론 대권주자(大權走者)가 된다 해도 대통령 당선은 어려울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감지되는 기사다. 당연히 이낙연으로서는 아주 기분 나쁜 기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전라도 출신 후보는 경상도 출신에게 약하고, 경상도 출신은 친문(親文)한테 약하다는 분석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으니 그 누가 알겠는가만 우선 김대중(이하 DJ)의 경우에서 전라도 출신대통령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자. 이른바 삼김(三金)시대 전라도 맹주(盟主)였던 DJ가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전라도 몰표와 호남정서의 결집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는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오매불망 전라도 대통령을 꿈꿔온 DJ였지만 여러 번의 출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DJ는 절치부심 끝에 강력한 경쟁자였던 집권 여당 이회창 후보의 자책골과 DJP연합이란 묘수를 찾아내, 불과 39만 557표 차로 간신히 대통령에 당선됐다. 겨우 이긴 신승(辛勝)이었다.

당시 현직 대통령 YS가 이회창 후보 측이 제기한 DJ비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를 중단시켰고, 이인재가 탈당하여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하여 보수성향의 492만 5591표를 빼앗아 간 점, 특히 이회창 후보가 대권을 잡기도 전에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우파진영의 JP를 비롯한 이기택, 김윤환, 박찬종, 서석제, 김광일 같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을 홀대 방치한 점, 충청 맹주였던 JP가 문을 열어놓고 이회창이 찾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이회창이 끝내 외면하자,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DJ가 정치성향이 다른 JP와 이른바 DJP연합을 성사시킨 점, 이인재가 도중하차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DJ의 작전 등이 주효해서 DJ는 천추의 한(恨)을 풀었고 이회창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보수진영의 앞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전라도 출신 이낙연에 대해 살펴보자. 이낙연이 국회의원, 도지사, 국무총리, 서울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등등 화려한 스펙을 쌓았다 한들 천하의 DJ를 따라갈 수 있을까? DJ는 전라도 맹주였지만 이낙연은 DJ에 비하면 애송이가 아닌가. 아무리 엉큼하고 능글맞게 자신을 숨기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한들 DJ의 천재적 비책과 술수와 명예욕과 정치공작을 이낙연이 흉내라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흔히들 영·호남 지역감정을 한국선거의 병폐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지역감정은 어느 한쪽이 풀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이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전라도는 아직도 몰표로 똘똘 뭉쳐 있고 경상도는 벌써 실타래가 풀린 형상이다. 역대 각급 선거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경상도에선 더불어민주당 시장·군수와 광역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이 다수 선출됐다. 그러나 전라도에선 아직도 철옹성이다. ‘국민의힘’당이나 보수우파는 전멸 상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홍준표 후보는 광주 1%, 전남 2%, 전북 3%대의 지지율에 그쳤다.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도 10%선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김부겸 같은 자는 경상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0% 이상 득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상도 정치인이 경상도 사람을 핫바지 취급을 하고 있다. 경상도는 이미 20% 이상 40% 가까이 풀렸는데도 전라도만 똘똘 뭉친 상태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상도와 다른 지역 사람들이 풀려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전라도 몰표와 호남정서만으로 전라도 출신 대권 후보가 당선이 어렵다는 것은 과거 대선 결과가 말해 주고 있다. 이명박과 정동영의 대결에서도 정동영이 531만여 표 차로 크게 패했다. DJ도 가신(家臣)인 한화갑이 제주도 경선에서 1위를 했음에도 전라도 출신 한화갑을 버리고 경상도 출신 노무현을 선택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그래서 퇴임 후 편안했다.

전라도 사람들과 정치인들이 철옹성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비호남(非湖南)권 사람들에게 호남 출신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전라도가 풀리지 않으면 비호남권사람들도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지 않은가? 전라도 출신 대권 잠룡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전라도 철옹성을 허무는 것부터가 급선무가 아닐까? 이낙연이 어려우면 살살이형 정세균이 히든카드라는 설도 있다. 서울시장후보 인물이 마땅치 않으니까 정세균이 거론되고 정세균은 서울시장보다는 고향 시장 군수나 하겠다고 했다는 보도도 있다.

정세균의 숨겨 놓은 속내가 측근들에 의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정세균이 약방 감초가 아닌 이상 그렇게 값없이 놀아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전라도 출신 대권 잠룡들에게 드리워진 불안한 그림자가 맑게 걷힐 것인가 아닌가는 전라도 출신 이낙연과 정세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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