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조선일보에 게재된 대중가수 나훈아와 대중작가 조정래에 관한 두 편의 칼럼을 재미있게 읽었다. 한 편은 젊은 철학도 노정태가 쓴 ‘나훈아와 소크라테스’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일보 이수웅 주말뉴스부장이 쓴 ‘나훈아와 조정래’이다.

철학 에세이스트 노정태는 “‘너 자신을 알라’는 아폴론 신전의 경구를 소크라테스가 원용해서 자주 읊조린 것으로 자신을 모르는 자는 미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테스형, 너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가요’라는 질문을 세상에 던졌다. 국민 가슴 뻥 뚫은 나훈아는 정권에 팔랑거리는 얄팍한 연예인이 아닌 당당한 대중예술가이다. 대통령부터 그렇다. 5년 빌려 쓰는 권력을 가지고 나라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 그래서 국민이 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너 자신을 알라”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또 “나훈아는 내게 모 재벌회장의 파티초청을 거부한 사람으로 각인돼 있었다. 노래 두세 곡 부르고 약 삼천만 원 정도 받는 쉬운 돈벌이였지만 단호히 거부하며 ‘나는 대중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려고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고 했다. 대체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썼다.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9월30일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확인됐다. 호랑이 같은 얼굴에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가진 대범한 예인(藝人)이 지금부터 2500여 년 전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격식 없이 건넨 말 덕분이었다. 젊은 철학도 노정태는 한마디로 ‘나훈아는 돈과 권력의 유혹에 한눈팔지 않고 대중예술가의 한길만 걸었음’을 높이 평가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 허황된 곁눈질을 하면 안 된다는 인생살이의 경험철학을 설파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수웅 부장도 연재칼럼 ‘어우(魚友)야담’에서 ‘나훈아와 조정래’라는 제목으로 나훈아와 조정래를 비교평가 했다.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77)의 어록을 소개했다. “예술가가 국가와 권력에 꼬리를 흔들면 안 된다. 돈과 명예의 추구보다 더 중요하다. 정의로운 국가권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독립된 존재,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예술가다. 국가가 채찍을 내리치면 저항해야 하고 사탕을 주면 거부해야 한다. 예술가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조정래가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그 품에 안긴 네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1: 안철수 후원회장(2012)
2: 박근혜 대통령, 깜짝 놀랄 만큼 잘하고 있어(2013)
3: 이재명 후원회장(2014)
4: 조정래 작가 껴안는 문재인 대통령

이 네 가지 뉴스 화면은 대중이 작가의 그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상식적 단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적었다. 나훈아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 그대로 곁눈 팔지 않고 대중예술가의 한길을 걷고 있다. 조정래는 시류에 편승하여 자기 편리한 대로 발언하며 정치적 독설을 퍼붓고 권력에 경도(傾倒)되는 볼썽사나운 예술가의 탈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잘 지적한 칼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