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과 종편채널, 케이블방송 등의 이른바 ‘먹방 방송’이 대세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련하게 꾸역꾸역 음식 먹어 치우는 모습을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영’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맛있게 먹어 치우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호감이 갈듯도 하지만 먹돌이들이 몇 인분의 소갈비와 삼겹살 등을 먹어 치우며 미련하게 놀아나는 모습은 건강을 해치는 아주 나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 달걀 수십 개를 먹어 치우고 코카콜라 수백 병을 마셔 치우는 그런 광경은 토픽거리로 종종 보지만 방송의 정규프로그램에서 미욱스럽게 먹어 치우는 미련한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다.

물론 한번 제작한 것을 여러 번 재방송하다 보니 채널을 돌리면 시도 때도 없이 먹어 치우는 동물농장 풍경이 나올 수도 있다. 아무리 소재가 빈곤하고 흥미 위주로 ‘먹방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분명 ‘먹방 방송’은 국민건강을 해치게 되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아주 해롭고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먹방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일반 프로그램 속의 ‘맛집 소개’는 식도락이나 미식 차원이라 해도 일반시중의 식당업을 하는 상인들 사이에 갈등과 시기와 질투, 호객행위 등의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오게 된다. 공영방송 KBS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10분부터 방영하는 60분짜리 정규방송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가 대표적 사례다.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는 10월 초 경남 합천 해인사 관광단지 내 A식당을 특정해서 소개했다. 내레이터 김영철이 문제의 해당 식당에 들러 “송이버섯국과 30여 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진수성찬의 밥상을 앞에 놓고 식당 주인과 대화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지난 9, 10, 11일 삼일간 연휴 때 해인사 관광단지 내에서 확인된 상황이다. 24개 식당 가운데 문제의 A식당만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나머지 23개 식당은 파리를 날릴 정도로 한산했다. 문제의 A식당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가 불가능했다. 나머지 식당 주인들은 A식당으로만 몰리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기도 하고 간혹 “그 집은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할 수 없으니 가 보시고 안되면 우리 집으로 오시이소”하며 호객행위도 했다.

어째서 A식당에 KBS 취재팀이 찾아갔느냐고 묻는 관광객들에게 “잘은 모르지만 ○○가 소개했다”는 등 이러쿵저러쿵 불만이 많아 보였다. 어렵게 예약을 해서 A식당에서 오전 이른 시간에 겨우 밥 한 그릇을 먹은 관광객의 증언이다. “실제로는 김영철이 한 상 거나하게 차려 먹은 것과는 달리 반찬의 가짓수도 30여 가지가 아니라 22가지 정도였고 다른 식당 반찬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김영철이 받은 밥상은 ‘방송제작용’이었다는 것이다. 또 A식당의 블로그에는 가격이 1만5000원으로 돼 있었으나 실제는 1만9000원을 받고 있었는데, 주인의 얘기가 걸작이었다고 했다. 손님이 많이 찾아와서 값을 올린 것이 아니라 블로그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렇다고 얼버무렸다는 것이다.

KBS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특정 식당을 교묘하게 소개하는 바람에 해인사 관광단지 상가 내 식당 주인들은 불만이 대단했다. 반찬도 비슷비슷하고 송이버섯국도 그게 그건데 KBS가 A식당에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바람에 나머지 식당들은 된서리를 맞았다는 것이다. KBS는 울산지역 프로그램에서도 가자미국 식당을 조명해서 비슷한 부작용을 불러 왔다. 찾아가는 곳마다 특정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식당 주인들의 마음을 찢어놓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들고 어려운 시장경기에 말이다. 공영방송 KBS의 경솔한 제작 장난이 결국 해인사 관광단지 내 식당 주인들뿐 아니라 가는 곳마다 상인들의 반목과 질시와 대립과 호객행위를 불러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KBS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오래전에도 이 모 PD가 전국 식당을 대상으로 소비자 고발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모 PD는 그 뒤 종편채널로 자리를 옮겨 ‘○○○ X파일’ 형식으로 계속 방송을 하면서 특정 식당은 치켜세우고 다른 경쟁식당은 작살을 냈다가, 피해 식당 주인의 ‘저의가 불순하다’는 폭로로 TV 화면에서 사라지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방송에서 특정 업체나 특정인, 특정 제품을 소개하면서 사사로운 저의를 깔아놓는 것은 방송심의규정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방송윤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KBS는 나훈아의 지적처럼 공영방송답게 처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