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력, 소신, 국민에 대한 따뜻한 시선, 투철한 국가관… 어느 정치지도자보다도 뛰어나다 새벽 산책을 하는 바닷가 둘레길에서 어느 여인 세 명이 이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지나갔다.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한다.

여인A: 이 봐라, 동생아, 오는 9월30일 공연되는 ‘나훈아 쇼’가 엄청 재미있어 보이던데, 니(너)는 어째 생각하노? 온라인 공연인가, 뭔가 해서 난리 아이가? 1000명 제한의 예약을 위해 접속서버가 불통이 되고, 난리법구통이드라 아이가. 대단하제. 나훈아는 역시 인기 있어 그제?

여인B: 언니야 ,니도 그래(그렇게) 생각하나? 나도 언니 생각하고 똑같다 아이가.나훈아는 노래 잘 하제, 인물 좋고 건강하제, 무대 매너 좋제, 나무랄 데 없는 기라. 그럴깨(그러니까) 관객들이 미쳐 나자빠지는 기라. 박수치며 열광하는 기라. 언니야, 내 말 맞제?

여인C: 나훈아가 그래(그렇게) 좋으면 대통령 한번 나와보라 하제(하지). 대통령 별 수 없더라 아이가. 국민에게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자식 새끼 챙기는 연놈들만 보듬아 주고 말이제. 서해안 어디서는 북한놈들이 바다에 떠 있는 우리 공무원을 총 쏴 죽이고 불태워 버렸는데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뭐라고 야단도 치지 않았다 안 카나 말이다. 참 분통터질 일이제.그런 거 아이가? 참, 이상하제. 대통령은 도대체 뭘 하고 있노? 이 말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나훈아 보고 대통령 한번 해보라 카면 시원시원하게 잘할 거 아이가?

여인 A, B, C.: 맞다 맞아.

이렇게 이어지는 강한 사투리의 이바구(이야기)는 거리 간격이 멀어지며 더는 들을 수가 없었다.여인들이 지나가며 남긴 얘기를 반추해보니 현실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요, 위정자들에 대한 성토(聲討)처럼 들렸다.

여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나훈아는 어떤 사람인가? 나훈아는 본명이 최홍기로 부산 초량 출신이다. 1947년생이다. 오십 수년간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면서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이가왕(歌王)의 경지를 넘어 황제(黃帝)의 반열에 올라 있다. 심지어 어떤 대중음악 평론가는 가성(歌聖)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나훈아를 대통령감으로 추천하는 여인네들의 판단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일까? 공연예술과 정치예술은 공통점이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공연예술의 대상은 관객이고 정치예술은 유권자다. 관객과 유권자는 모두 국민이다. 모두 대중을 상대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공연과 정치도 무대란 공간에서 연출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훈아의 대통령 후보 추천 근거를 찾는다.

나훈아는 작사, 작곡, 노래 등 모든 분야에서 달인(達人)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 구성지게 꺾고 넘어가는 창법(唱法)이라든가, 인간 본성에 파고드는 작사·작곡은 나훈아 특유의 특성을 발휘하고 있다. 자주 하지는 않지만 몇 년 만에 한 번씩 가지는 공연은 기획에서부터 연출, 무대와 관객 간의 연결,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무대 장악력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나훈아의 공연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만큼 대중친화적이란 것이다. 공연을 열광적이고도 성공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나훈아 자신의 리더십과 능력이다. 나훈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끝없는 노력과 연습에서부터 비롯된다. 나훈아는 프로 근성의 함양은 “무한한 노력과 연습”에 있다고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나훈아는 전문적인 직업관과 국가관도 투철하다. 노무현 정권 때의 일이다. 그때 많은 가수와 연예인들은 평양 공연이 유행이었다. 이미자, 조용필, 안도현이 그랬고 공영방송들도 평양공연을 앞다투어 추진했다. 나훈아도 평양공연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나훈아는 평양공연계획을 갑자기 취소하고 준비한 공연을 MBC 전파에 실어 보냈다. 취소 이유는 자신의 공연에 대해 북한당국이 ‘이래라, 저래라’하고 간섭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또 평양 공연을 하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서 북한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나훈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시 북한당국은 우리 가수들의 평양 공연에 대해 사전검열을 했다. 이를테면 ‘굳세어라 금순아’ ‘한 많은 대동강’ ‘단장의 미아리 고개’ ‘이별의 부산 정거장’ 같은 6·25와 북한 지명 관련 가사의 노래는 금지했다. 김희갑, 송해 같은 북한 지역 출신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고향을 무대에서 말하지 못하게도 했다. 나훈아는 이 같은 북한 측의 제재와 간섭을 단호히 거부하는 소신과 결단의 예인(藝人)이다.

이번에도 나훈아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무료공연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관이 투철하고 국민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재능기부(才能寄附)에 나선 것도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훈아의 결단과 소신과 어려운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어느 정치지도자보다도 뛰어나고 훌륭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새벽 산책에 나선 여인들의 귀에도 들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훈아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하자는 얘기가 나왔지 않았을까 하고 추론하는 바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요리전문 방송 출연자 백종원의 대중친화력과 배려를 높이 평가한 적이 있다. 그때 많은 언론과 집권여당 사람들은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BTS가 세계무대를 주름잡으며 장악했고 UN에서 연설까지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의 예능과 영화 등 공연예술이 세계 적수준에 올라 있다. 변화하는 시대조류에 따라 우리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무능하고 거짓말하며 협잡배(挾雜輩) 같은 엉터리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불공정하고 양심 불량, 정의롭지 못한 이 나라를 진정 개혁하려고 한다면 구(舊)적폐와 신(新)적폐를 함께 청소해야만 밝은 미래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연예인들이 대통령이 된 사례도 많다. 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함께 냉전 시대를 종식시켰다. 코미디 배우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됐고 배우 출신 조셉 에스트라다가 필리핀 대통령이 된 사례도 있다.

국민이 고통받고 힘들어할 때 함께 어깨동무하며 ‘쾌지나 칭칭나네’를 불러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대인이 진정한 지도자일 것이다. 편협하고 악랄하며 편파적인 소인배들은 물리쳐야 할 적폐들이다. 트로트 황제, 나훈아가 대통령이 되는 날, 국민은 ‘쾌지나 칭칭나네’를 부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