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을 추모하는 척하면서 살아 있는 자들의 체면이나 챙기려는 그 얄팍함과 치사함이 꼴불견이다.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 선택은 충격이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만큼의 궁지(窮地)에 몰린 절박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고 유서 한 장 달랑 남겨놓고 이승을 떠난 것은 공인(公人)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무책임한 처신이다. 60여 자의 유서 가운데 "모두에게 죄송,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 모두 안녕"이란 내용만으론 서울특별시장인 박원순이 목숨을 절단해야 할 명분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박원순다운 당당함도 보이지 않는다. 박원순이 그동안 쌓아 온 '정의와 공정', '인권보호' 등의 외침과 공로는 박원순의 자기부정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이 여론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박원순의 지지자와 집권세력은 박원순에 대한 결정적 잘못이나 자살사유를 따지기 전에 추모 우선으로 여론을 유도하는 듯하다. 박원순의 갑작스런 변고(變故)에 대해 언론은 다양한 보도를 쏟아냈다.

*한겨레:슬픔,분노,참담,충격의 시민사회.시대의 소셜디자이너 희망설계, 비극으로 끝나다.
*경향:대권 꿈꾸다 허망한 마감.인권변호사 출신,시민운동가.
*한국:시민운동 도덕성 상처남기고 간 박원순.자녀의혹,기부금유용,미투논란까지 부메랑맞은 개혁 아이콘들,
*조선:참여연대 설립, 성희롱 첫 승소, 스스로 무너진 시민운동가 대부.
*중앙:시민운동가의 자기부정(自己否定)

이밖에도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더불어민주당 출신 광역 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른 성추행, 성폭력 범죄 의혹이 여권(與圈)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등의 기사들이 양산됐다.

고인이 된 박원순의 행적(行跡)을 두고 시끄럽다. 성추행 의혹의 떳떳하지 못한 사자(死者)를 칭송하며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데 대한 반대청원이 50만 명을 넘었다. 아무리 시민운동가로 명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전 비서 여성을 성추행해서 고소까지 당한 사람을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거창하게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피해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염치없는 짓거리란 여성단체의 지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 국무총리이자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이해찬이 박원순의 성추행 관련 취재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그건 예의가 아닙니다.ㅇㅇ자식 같으니라"고 막말을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자신은 언론에 대해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서 박원순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반박한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란 지적이다. 박원순 일부 지지자들 가운데는 피해여성을 응징하겠다고 나서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있다. 생전에도 떳떳해야 하지만 죽은 뒤에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는 것이 공인이 가져야 할 바른 자세이다.

박원순은 경남 창녕 영산(靈山)중학교를 나와 경기고, 서울대, 사법시험 합격, 검사임관 등의 경력을 볼때 똑똑한 청년기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승승장구하면서 박원순은 명망가가 되었고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大權)까지 넘보는 야망을 품기도 했다.

박원순은 주도면밀하고 치밀하며 계획적인 책략가(策略家)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며 목표달성을 위해 줄기차게 달려왔다. 박원순으로부터 말폭탄의 공격을 당하고 저격당한 사람들도 많다. 무서울 게 없던 박원순에게도 피하기 어려운 위기와 궁지(窮地)가 몰아닥쳐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박원순의 극단적 선택은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했다. 먼길 떠난 박원순 시장에게 선현들의 말씀을 인용하여 만사(輓詞) 한 줄 띄운다.

"생야일편부운기요,사야일편부운멸(生也一片浮雲紀,死也一片浮雲滅)
"생년부만백(生年不滿百),상회천세우(常懷千歲憂).

산다는 것은 한 점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과 같고, 살아도 백년을 못다 살면서 어찌 천년의 근심걱정을 품고 사는가?란 뜻이다. 고향 선배인 홍준표는 그렇게 허망하게 갈 걸가지고 왜 그렇게 아웅다웅해했던가?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 살아서도 말이 많더니 죽어서도 시끄럽다. 살아 있는 자들의 알량한 상투적수법이 박원순을 두 번 죽이고 있다. 박원순을 추모하는 척하면서 살아 있는 자들의 체면이나 챙기려는 그 얄팍함과 치사함이 꼴불견이다. 그 허망한 야망과  부질없는 허업(虛業)의 정치는 모래성과 같으니 지은 업보(業報)대로 떠안고 고이 잠드시라. 박원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