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적화를 막은,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승전 1950년 6월26일 새벽 1시20분. 부산 청사포(靑沙浦) 앞바다에서 우뢰같은 굉음이 한 여름밤의 정적을 뒤흔들었다. 대한민국 해군 함정 ‘백두산함’이 북괴(北傀) 무장 수송선을 격침시킨 포성(砲聲)이었다. 대한민국 해군 승전보 1호가 수립된 것이다.

6·25 남침을 저지른 북괴는 부산 후방을 교란(攪亂)시키기 위해 1000톤급 무장 수송선에 인민군 600여 명을 승선시켜 25일 동해 해로를 따라 남하(南下)하고 있었다.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해군은 진해항에 정박 중이던 ‘백두산함’을 출격시켜 포항 앞바다에서부터 추격하기 시작했다.

‘백두산함’ 함장 최용남 해군중령은 승조원들을 집합시켜 냉수 한 컵씩을 주면서 비장한 각오로 병사들을 격려했다. “이 물은 우리가 살아서 마지막 마시는 대한민국의 물”임을 강조하며 “적(敵) 인민군대가 오늘 새벽 동해안 ‘옥계’ ‘임원’해안으로 침투, 남하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동해로 출동해서 각자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자. 적 상륙군을 격멸하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1950년 6월25일 밤 9시10분 방어진 동쪽 3마일 해상에 북괴 무장 수송선이 나타났다는 견시보고(見視報告)는 “우현(右舷) 45도 수평선에 검은 연기가 보인다”고 당직사관(최영섭 소위)에 보고됐다. 당직사관은 함장에게 보고했고 계속해서 추격하며 북괴 수송선이 가까이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6월26일 밤 12시30분 백두산함은 시속 18노트로 북괴 선박을 추격하며 20여 분의 포격전(砲擊戰)을 벌였다. 드디어 6월26일 새벽 1시20분, 4시간에 걸친 추격전 끝에 북괴 수송선 갑판에 해군의 3인치 대포가 명중됐다. 북괴 수송선은 서서히 침몰했고 북괴 인민군 600여 명도 고기밥이 됐다. 이렇게 전개된 백두산함의 빛나는 전과는 대한민국 해군 사상 최초의 ‘대한해협 승전 1호’를 기록한 것이다.

대한해협 승전 기념비가 부산 중앙공원 자락에 세워져 해마다 6월26일이 되면 추모행사가 열린다. 백두산함의 북괴 수송선 격침이 없었다면 부산항에 북괴 인민군 600여 명이 후방으로 침투하여 부산도 함락되고 대한민국은 적화통일의 비운을 재촉했을 것이다.

백두산함의 혁혁한 승전보(勝戰譜)는 당시 갑판사관이었던 예비역 해군대령 최영섭(92, 해사 3기. 최재형 現감사원장 부친)과 조타수(操舵手) 최도기(89) 등 생존 호국영웅들에 의해 생생하게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이들 생존 호국영웅들은 생사를 함께 했던 의무장교 김인형 중위와전혁병, 김창혁 등 70여 명의 전우들을 기리며 추모하고 있다. 최백호도 ‘청사포’를 노래했다.

백두산함의 승전사(史)는 우리 해군과 국민들의 피눈물 나는 역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백두산함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동했던 미국의 퇴역함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군함 한 척 없던 해군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해군 병사들은 월급의 5~10%를 성금으로 내놓았다. 손원일 제독의 부인 등 해군 가족들은 삯바느질과 의복 세탁, 옷 수선, 뜨개질 등으로 1만5000달러를 모금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승만 대통령은 4만5000달러를 보태 1949년 12월 뉴욕 맨하탄에 정박 중인 퇴역 함정을 인수하도록 했다. 이렇게 확보한 백두산함이 북괴군 600여 명을 수장(水葬)시키며 빛나는 전과를 세워줬기 때문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