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顯忠日) 무렵이면 동백(冬柏)섬에는 어김없이 찔레꽃이 만발한다. 5월 하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6월로 접어들면 활짝 피어난다. 동백섬의 찔레꽃은 흰색이다. 수평선(水平線)을 박차고 솟아오른 아침햇살이 동백섬에 따갑게 내려앉으면 호국(護國)의 화신(化神)인 양 소복(素服)한 여인같이 찔레꽃은 6월의 꽃으로 피어오른다. 

찔레꽃은 동백섬 동쪽 돌담벼락에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다. 아이비 담장이 넝쿨과 뒤엉켜 다투면서도 굽히지 않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한 송이 꽃이 되어 생존의 의미를 보여 주고 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그 자태(姿態)가 참으로 은은하고 청순해 보인다. 인고(忍苦)의 숱한 성상(星霜)을 견뎌 낸 상징처럼 순백의 온화함 속에 숨어 있는 강인함이 고결해 보이기도 한다. 새순이 나올 무렵 껍질을 까서 먹어 보면 풋풋함과 함께 순수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기도 한다.

찔레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넝쿨 관목이다. 줄기에는 가시가 돋아 있어 잡으면 찔리어 아프기도 하지만 그저 바라보면 순한 향기가 한 번 더 눈길을 끌게도 한다. 꽃말은 온화, 고독, 신중,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등, 인간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나무요, 꽃이다. 가지 끝이 밑으로 처지고 줄기에 가시가 돋아 있다. 어린 가지에는 털이 있는 것도 있다. 5월 당년에 새로 돋아 난 가지 끝에 꽃이 몇 개씩 모여 핀다. 흰색과 붉은색의 꽃이 피며 꽃잎은 꽤 큰 편이다. 9월이 되면 빨간 열매가 익는다. ‘털찔레’ ‘좀찔레’ ‘제주찔레’ ‘국경찔레’ 등이 있다. 

사람들은 찔레꽃을 사랑하며 노래로도 불렀다. 그래서 ‘백난아’는 일제 치하 민족의 애환(哀歡)을 ‘찔레꽃’으로 노래했고 수많은 가수들이 ‘찔레꽃’을 열창하고 있다.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찔레꽃’이다. 고향의 들판과 언덕에서 찔레순을 꺾어 먹으며 보릿고개를 살아온 탈향민(脫鄕民)들에겐 추억과 향수(鄕愁)의 꽃이 바로 ‘찔레꽃’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걷는 ‘동백섬 둘레길’에는 기화요초가 사시사철 철 따라 피고 있다. 동백과 소나무 같은 수목들이 해풍을 타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자연의 섭리(攝理), 그 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야말로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힘의 원천(源泉)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