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1일자 경향신문 기사를 소개한다. 제목이 길다. “문 대통령 이례적 후일담 소개, 곽상도 토착왜구 주장에 우회반박. 80년대 김지태 씨 유족 세금소송 맡아 이겼지만, 수임료·성공보수 안 받고 노동자들 체불임금 줘”로 돼 있다. 요약된 내용은 이렇다.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1980년대 있었던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故) 김지태 씨 유족의 법인세 및 특별부가세 취소소송 건과 관련된 일화를 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김 씨 유족이 ‘상속세 117억 원이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맡아 승소했다. 그로부터 3년 뒤, 김 씨 유족은 ‘삼화’와 ‘조선견직’의 법인세 50억여 원을 취소해 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을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맡아 승소했다. 성공보수가 약속돼 있었으나 받지 않고 변호사 수임료와 함께 경영난을 겪고 있던 두 회사의 노동자 체불임금으로 다 썼다. 노동자들로부터 엄청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익(私益)을 위해 친일파를 변호했다”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한 우회적 반박으로 해석된다. 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1980년대 친일파인 김 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취소소송, 법인세·특별부가세 취소소송에 참여해 승소했다”며 “문 대통령부터 친일·토착왜구”라고 주장했다.

당시 노무현과 문재인 두 변호사가 김지태 씨 유족으로부터 수임한 사건을 승소로 이끈 것은 사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승소 그 자체가 아니고 김지태 씨가 과연 ‘친일파’이며 요즘 더불어민주당과 집권세력이 떠들어 대는 ‘토착왜구’인가 아닌가에 있다. 김지태 씨의 행적에 친일행각이 있었다면 그 유족들도 친일후손이 될 것이고, 토착왜구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르다.

성공회대학교의 한홍구 교수가 그의 책 《장물바구니》 62쪽에 기록한 김지태의 재산 형성과정부터 살펴보자.

<김지태는 젊은 시절 일본의 조선 농민 수탈기관인 동양척식회사에서 4년여간 열심히 근무하고 퇴직한 뒤 일본인 지점장으로부터 울산지역 토지 20,000평을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특혜 불하받았다.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적산(敵産)기업인 ‘조선견직’도 불하받았다. 김지태는 또 1954년 7월21일 적산재산인 사옥과 시설을 불하받는 데 성공했다.>

한홍구는 좌경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학자다. 노무현 정권 때는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김지태의 부산일보·문화방송 재산 국가헌납 사실관계를 파헤쳤고 부산일보 등에 ‘정수장학회’ 등에 대해서도 기획 연재하기도 했다.

다음은 2012년 10월19일 김지태의 차남 김영우가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서 진행자 장성민과 주고받은 보도내용이다.

<장성민: 선친께서 동양척식회사에 취직한 건 사실입니까?

김영우: 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했다가 3년인가, 4년인가 있다가 폐병을 얻어가지고 울산에 가서, 거기에 우리농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3~4년 동안 젊은, 어린 사람이 열심히 일하니까 그걸 도와주느라고 그 20,000평을 동양척식회사부터 불하해 준 것입니다.

장성민: 20,000평을 동양척식회사로부터 불하받은 것은 사실이지요?

김영우: 네

장성민: 10년 분할상환하기로 한 것도 사실이고요?

김영우: 네, 사실입니다.

장성민: 김지태 씨가 일본의 농지수탈기관인 동양척식회사에 근무하면서 친일행각에 도움을 줬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우: 갓 상고를 졸업한 열아홉 살, 열여덟 살짜리가 교장 선생님께서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취직자리를 해주는데 그게 은행이면 어떻고 동양척식회사면 어떻습니까? 거기 가서 주판 놓고 그것만 했지, 저희 아버님이 대리나 과장이나 국장이나 했다면 별문제입니다. 저희 집안도 부자고 외갓집도 부자였습니다. 울산에 농장이 있어 아버님이 갔더니 이 앞에 동양척식회사의 농장이 있었던가 봐요. 거기 지점장이 ‘당신이 거기 있으니까, 이것도 좀 관리를 하고 10년 동안 갚아라’ 했던 거지요.>

한홍구의 지적이나 차남 김영구의 증언대로 김지태는 동양척식회사에 근무한 것도 사실이고 동척(東拓)으로부터 토지 20,000평을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불하받은 것도 사실이다. 김지태가 일본의 조선 농민 수탈기관인 동양척식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고, 일본인 지점장으로부터 인정받아 일본 국영기업 소유 토지 20,000평을 유리한 조건으로 불하받은 그 자체가 친일행위인가, 아닌가는 요즘 토착왜구를 부르짖고 친일 프레임을 팔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한번 판단해 보기를 권한다.

김지태는 차남 김영우가 말했듯이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일제시대 부산2상(부산상고, 지금은 개성고로 개명)을 졸업하고 일본인 교장의 추천으로 동양척식회사에 취업했다. 김지태의 결혼도 화제가 됐다. 김지태가 경남여고 출신 윤 모 씨와 결혼할 때 부산상고 일본인 교장과 경남여고 일본인 교장 등이 적극 나섰다는 이야기가 김지태의 회고록과 유족들이 발간한 김지태 평전 《문항라 저고리는 비에 젖지 않았다》 등에 일화로 남아 있다.

김지태가 남기고 간 수많은 재산과 기업은 말이 많고 수 없는 법정 송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유족들이 주장한 김지태의 유언장이 조작된 것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따라서 문재인 변호사는 조작된 유언증서를 증거로 김지태씨의 유산을 유족들에게 지켜준 결과가 됐다. 형제들 간의 유산분배를 둘러싸고 벌어진 송사(訟事)도 여러 건이 된다. 이러한 사건의 다수는 부산의 또 다른 문 모 변호사가 전담하다시피 했다. 정치인에다 기업인이었던 김지태, 그가 양심적인 기업인인가? 기회주의자였던가? 친일파였던가? 토착왜구인가? 이에 대한 논쟁은 오래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