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 현란한 수사(修辭)와 요란한 동작으로 세계 언론을 교란(攪亂)시켰다. 그의 다양한 '제스처'는 국내외인들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조연(助演)으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말의 성찬(盛饌)에 대해 매체들은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전달하려고 몸부림쳤지만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도 더러 있었다.

그중 하나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칭찬이었다. 트럼프가 김 여사를 칭찬했다는 정도의 보도는 있었지만 김 여사를 어떻게 불렀는지 호칭에 대해 제대로 기사화되지 않았다. 중앙일보만이 소상하게 보도했다. 환영 만찬석상에서 트럼프가 "미세스 문(Mrs. Moon)은 아주 활기찬 힘을 갖고 있고 한국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주 훌륭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김 여사를 "Mrs. Moon"이라고 부르면서 친근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를 "Mrs. Moon"으로 부른 것은 미국식 언어 예절이다. 미국언론은 대통령 부인을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라 보도한다. 한국에선 '영부인(令夫人)'이라 부른다. 김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것은 좋은 일이다. 어떤 언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실수 없이 계속 칭찬받는 일이 많기를 바란다.

일부 좌경 언론매체는 "일반 남성의 부인도 영부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데 유독 대통령 부인만을 '영부인'이라 부르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라며 "대통령 부인 000씨"로 호칭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여사(女史)'라는 호칭도 특정 남성에 종속된 개념으로 여성 차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부인'이나 '씨'로 보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참작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를 "Mrs. Moon"으로 호칭한 것도 한국식 언어 예절에는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정숙 여사를 미국식으로 'Mrs. Moon'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의 인권을 남편에게 종속적으로 낮춰 부른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평소 여성인권을 주장하는 별난 여성단체들은 어째서 입 다물고 있는가? 희한한 일이다.

미국은 결혼한 여성은 남편의 성(姓)을 따른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결혼해도 자기의 성(姓)을 그대로 지킨다. 미국보다 한국이 여성에 대한 인격과 인권을 더 존중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시집간 딸에 대해 친정집에서는 결혼한 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사위의 성에다 집 실(室) 자를 붙여 '김실이' '박실이' 등으로 부른다. 남편집에서는 부인의 고향이나 거주했던 곳의 이름을 따서 '서울댁' '부산댁' '대구댁' '광주댁' 등의 택호(宅號)를 지어 부른다.

조선조에서는 벼슬한 문무관(文武官)의 정, 종1품 이상의 부인에겐 군부인(郡夫人), 정경부인(貞敬夫人)을 봉작하기도 했다. 이런 걸로 보면 남녀 호혜평등 정신은 한국이 서양보다 앞서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대통령 부인을 'Mrs.000'로 부르든, '영부인'으로 부르든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이란 남편의 지위에 걸맞게 대통령 부인다운 언행과 처신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