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6월 18일 '시사기획, 창'에서 '태양광 복마전'을 제작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난 뒤 논란이 뜨겁다. 방송 3일 후인 지난 6월21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사실확인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비난하고 KBS측에 사과방송을 요구했다. 즉각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도 답변이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KBS가 제작 방영한 프로그램은 '현정부의 선거 캠프에서 농어민 위원회 상임위위원장을 맡았던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의 의심스러운 태양광업체를 파고들었다. 제주도 서부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겠다고 43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목장을 사들이고 100여 명이 넘는 투자자를 모집했다. 부작용을 고발했다. 취재진은 이 업체의 우편함에 국민정치연구소민주연대라는 표지가 붙어 있고 그 사무실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사무실이라고 보도했다(조선일보 7월1일 윤석민 칼럼 '무책임, 거짓말, 그리고 피해자 코스프레' 일부 인용).

태양광발전 시설에 대한 폐해는 그동안 수없이 언론이 보도했고 피해자 또한 속출하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던 자들이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들어 치부하고 있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떼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는 세론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고발한 프로그램이라면 윤도한 수석은 KBS에 대놓고 허위사실 유포나 사과방송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사실이 아니라면 방송법에 따라 정정보도 신청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 KBS측에 덮어놓고 위협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권력을 가진 자의 횡포이고 직권남용이다. 전형적인 갑질이다.

세월호 사고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에 제대로 사고소식을 보도해줄 것을 요청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과 윤도한의 강압적 태도가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윤도한 수석도 현역 기자시절엔 언론자유를 부르짖고 언론노조에 가입하여 권력의 언론탄압에 저항도 했다. 그런 윤도한 수석이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에 입성한 뒤 '사과방송', '허위사실' 등을 떠벌린 것은 기자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기자정신이 제대로 살아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자는 모름지기 권력에 대한 감시자요,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서는 정론직필을 생명으로 한다. 일제시대 선배 기자들은 암울한 조국의 미래를 걱정한 선각자요, 우국지사였고 권위주의 시대의 기자들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투사들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시대의 기자들은 기자라는 이름을 내세우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기자혼을 저버린 한낱 언론산업 종사자요, 노동조합이란 이익집단의 맹원(盟員)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노동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왜곡과 편파, 가짜뉴스 양산에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권력 앞에 비굴하고 돈 앞에 치사해진 오늘의 언론 종사자가 기자라는 허울을 쓰고 독자를 속이고 국민을 희롱하고 있다. 윤도한 수석도 그러한 기자의 타성에 젖어 큰소리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권불오년(權不五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