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의 언어유희와 친여(親輿) 언론매체의 서열경쟁

박영선·윤도한·김현경 기자 등 잘나가는 MBC와 김의겸 퇴출로 몰락하는 한겨레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부설 민주연구원장의 비밀회동이 폭로된 뒤 양정철의 언어유희(言語遊戱)가 춤을 추고 있다. 친여(親輿) 언론매체의 서열경쟁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먼저 양정철의 언어폭력과 말장난부터 파고들어 가보자. 양정철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시절 문화관광체육부 고위직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다툼이 있었을 때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배 째드릴까요”란 막말로 위세(威勢)를 부렸다. 이 사실은 당시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이던 양정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아 2010년 5월11일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특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바보스런 선택은 자결을 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살(自殺)’과 ‘자결(自決)’은 의미가 크게 다르다. 자살은 ‘죽음을 초래할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자결은 ‘의분을 참지 못하거나 지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음’을 뜻한다.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의분(義憤)을 참지 못하거나 지조(志操)를 지키기 위한’ 뚜렷한 명분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해 양정철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공인의 세상 버림(棄世)은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그 명분은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양정철은 이번 ‘서훈·양정철 비밀회동’ 사실에 대해서도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비밀회동 사실이 정치문제화 되자 “기자도 참석한 자리에서 민감한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인 간의 사적 모임”으로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MBC 김현경 기자의 견해는 다르다. 김현경 기자는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개인적으로는 ‘양 원장이 만일의 문제에 대비해 자신을 합석시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말을 했다.

김현경 기자의 참석을 두고 ‘서훈·양정철 비밀회동 약점’의 변명수단으로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기자도 기자 나름이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의 기자라면 이해가 간다. 비판적인 기자 앞에서 “민감한 정치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하는 문제 제기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MBC는 현 정권에 친화적인 친여(親輿) 매체이다. ‘서훈·양정철 비밀회동’에 대해 일주일이 지나도록 보도하지 않고 있다가 ‘더 팩트’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자 스스로 고백했다.

인터넷매체 ‘더 팩트’ 기자는 ‘서훈·양정철 비밀회동’이 특종거리라고 판단해 촬영까지 하며 보도를 하는데, 명색이 공영방송의 국장급 기자는 천지분간도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김현경이 기자가 맞는가? 양정철은 김현경을 기자로 보지 않고 ‘우리 편’의 오래된 친구로 보고 김현경 앞에서는 어떤 얘기를 해도 무방하다며 믿고 불러들인 것 아닌가?

실제 김현경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는가? 서훈 국정원장, 양정철 대통령 측근과 격의 없이 만나서 식사하고 4시간 동안 신변잡기니 잡담으로 노닥거릴 정도라면 MBC 국장급 대기자 김현경은 어떤 존재인가? 그래서 친여 매체로 지목되고 있는 ‘한겨레’나 ‘경향신문’, ‘KBS’보다도 ‘MBC’가 권력서열 1위에 등극했다는 세간(世間)의 평가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 아닌가?

경향신문은 어제(5월30일)도 유시민(柳時敏)을 크게 띄우고 “정상통화 정쟁 이용 안돼, 기본 지켜달라”는 대통령의 주문 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반면 ‘외식업협회 대표의 민주당 비례대표 요구’와 ‘서훈·양정철 비밀회동’ 속보는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도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유갑근 등 전직 검찰 고위인사와 윤중천과의 연결고리 수사’등은 대서특필하면서 야당이 제기한 기사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권력지향 서열 앞서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여론이 분분하다.

한겨레는 자사 출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청와대 퇴출 이후 권력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반면, MBC는 권력 중심 진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박영선의 장관임명과 6명의 여권 국회의원,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김현경 기자의 서훈·양정철과의 관계 등등 MBC 출신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고 권력 실세들이 말장난이나 하며 놀아나는 이런 사회의 풍경화는 ‘흑막(黑幕)’에 가려 있을 뿐이다. 한국사회의 갈등과 부조리를 풍자한 영화 ‘기생충’이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이 우연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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