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여기에 있기에 조국(祖國)이 있다.”
“Because you soldier rest here our country stands tall with pride.”

前 주월한국군 총사령관(駐越 韓國軍 總司令官) 채명신(蔡命信) 장군의 묘비명(墓碑銘)이다. 채명신 사령관은 2013년 11월25일 향년 87세로 역책(易簀)하면서 “나 죽거든 사랑하는 월남 참전용사들과 함께 사병묘역에 묻어 달라”고 유언(遺言)했다. 국립현충원(國立顯忠院)은 고인의 유지(遺志)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관례대로 장군묘역(將軍墓域)에 안장(安葬)할 것인가? 고심 끝에 채 장군의 유언과 부인 문정애 여사의 간청(揀請)을 받아들여 사병묘역(士兵墓域)에 안장했다.

장군이 사병묘역에 안장된 경우는 채명신 사령관이 최초이다. 장군묘역은 8평이고 사병묘역은 1평의 좁은 공간이다. 대통령은 80평이다. 서울 국립현충원입구 오른편 제2묘역에 채 장군의 유택(遺宅)이 있다. 오늘도 머나먼 월남전선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참전용사들은 장군의 묘소를 찾아 헌화 참배하고 있다. 채명신 장군이 부하를 아끼고 사랑한 지휘관의 고귀한 군인정신을 기리고 있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가면서도 높고 낮음을 모두 내려놓고 생사고락을 같이 한 전우(戰友)와 함께 잠들기를 솔선수범한 채명신 사령관의 군인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와 함께 청사(靑史)에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채명신 장군은 황해도 곡산 출신으로, 6·25동란과 한반도전선에서 남긴 혁혁한 게릴라전과 백골병단의 전공(戰功)은 한국전사(戰史)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특히 주월한국군 총사령관으로 보여준 리더십은 한국과 미국 간 집단안보체제를 굳건히 했고, 주한미군의 한반도 계속 주둔과 한·미방위체제 강화, 한국경제의 도약 기반 구축 등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

김동길 교수는 ‘인물 에세이’에서 “채명신은 1948년 목사가 되려던 꿈을 접고 조선경비사관학교에 입학하여 5기생으로 졸업하였다. 그 사실이 그의 일생과 조국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가 5기생이기 때문에 박정희와 특별한 관계를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박정희는 채명신이 유능하고 패기 있는 군인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를 존중하기도 하였고 경계하기도 하였다”고 소개했다.

채명신 장군의 이러한 수범 사례와는 달리 국군통수권을 장악한 문재인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나라를 지키다 희생당한 병사들의 추모행사에는 소홀함과 홀대였고 군의 사기 진작보다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비판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서해수호의 날’에 대통령은 불참하고 엉뚱한 곳으로 가면서 마음만 보낸다고 했고, ‘마린온’과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행사 사고 순직  최종근 하사 영결식’에는 국방부 장관마저도 불참했다. 국군의 날 행사도 국가안보와 국군의 위용을 과시하는 행사는 간 곳이 없고 저녁 시간대에 콘서트형 행사로 격을 낮추었다.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라 했다. 한 장군의 명예가 빛날 때 수많은 병사들의 뼈가 산하에 흩어진다고 했다. 병사들의 고통과 희생은 안중에도 없고 명예만 챙기는 지도자는 참군인도 아니고 진정한 국가지도자도 아니라고 본다. “그대들 여기에 있기에 조국이 있다.” 잊어서는 안 될 묘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