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부설 ‘민주연구원장’의 수상한 행태가 한 인터넷매체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벌써 총선조율?’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의 중심에 등장했다. 양정철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서훈 국정원장과의 4시간에 걸친 식사 회동 사실이 인터넷매체 ‘더 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수행원과 동행자도 촬영됐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양정철은 “지인들과의 사적 만찬”이었다고 밝히고 민간인 동석자들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4시간 동안 만남 사실이 정치문제로 비화되자 양정철은 진화에 나섰다. “제가 고위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한 것이다. 서 원장께 모처럼 문자로 귀국 인사를 했고 서 원장이 원래 잡혀 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에서부터 전철 한 시간, 식당 잠복 서너 시간을 몰래 따라 다니며 뭘 알고자 한 것인가? 추구하고자 한 공적 이익은 무엇인가?”라고 보도내용을 비판했다.

양정철의 이런 태도는 시건방지기 짝이 없다. 오만불손의 극치다. 양정철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집권 여당의 싱크탱크 기관인 ‘민주연구원 원장’이란 자리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다. 언론의 취재 표적이다. 영리한 양정철이 ‘고위공직에 있지도 않은데’ 운운한 것은 웃기는 소리다. ‘고위공직’도 아닌 자가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을 마음대로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고위공직’보다 더 ‘고위층’이다. 언론이 추적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취재원이다.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의 총선업무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민주연구원 원장’이 국가정보원장과 만난다는 사실 그 자체도 언론이 추적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양정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정보기관이나 언론의 사정권 내에 들어있다. 양정철이 그걸 모를 턱이 없다. 양정철은 모 철강회사 회장의 수행비서에다 민언련 기관지 ‘미디어오늘’의 기자를 거쳐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히말라야 캠핑도 동행한 권력 지향형 대통령 최측근이다. 눈치 9단이다. 양정철은 약삭빠르기도 9단은 넘는다.

2010년 5월11일 오후 7시30분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 1주기 특강에서 당시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이었던 양정철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바보스런 선택은 자결을 하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살’을 ‘자결’로 미화시킬 정도로 양정철은 순발력도 있고 권력 접근성도 특출하다. 이 같은 양정철이 앞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어떤 계책과 책략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양정철 자신의 머리로 안 되면 어떤 책사를 동원하더라도 일을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서훈 국정원장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자리에 있는 자라도 양정철은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들통이 나면 X바가지는 동원된 그들이 덮어쓰고 자신은 빠져나갈 것이다.

양정철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추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고 했다. 양정철은 너무 일찍 본색을 드러냈다. 양정철의 행동은 앞으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