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周忌)가 “눈물보다 박수, 환호 속 행사”로 진행됐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이제 새로운 노무현으로, 봉하마을에 2만 여 명 노란색 물결”(동아일보)
“이제는 새로운 노무현의 길로, 2만여 명 추모객 노란 물결”(한겨레)
“슬픔과 눈물”보다는 “환희와 축제” 같았다고 추모현장의 모습을 스케치 기사로 보도했다.

고인(故人)에 대한 추억과 추앙(追仰)의 조사(弔辭)도 넘쳐났다. 정중한 추모의 념(念)도 있었지만 낯간지러운 알량한 헌사(獻辭)도 많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보고싶습니다. 눈시울을 붉히며 노무현의 꿈 향해 다시 전진”이라고 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람들이 사랑했던 대통령, 노무현의 존재만으로도 보통사람들의 희망,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노무현재단은 “슬픔, 미안함 내려놓고 우리에게 남긴 과제 실천할 때”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지역감정에 맞서 싸운 노무현”, 박범계 의원은 “불의에 조아리지 않았다”, 김부겸 의원은 “새정치의 씨앗 뿌려”라며 고인을 칭송했다. 노무현 참모들이 본 “노무현 정신은 기득권 타파”였다고 입을 모았다는 보도도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추모하고 칭송하는 그 자체는 아름다운 현상이다. 다만 특정인에 대해서만 극찬하고 칭송할 뿐 다른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폄훼와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이중적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이 없으면 노무현 대통령도 없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승만과 박정희도 없고 김영삼과 김대중도 있을 수 없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대한민국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친노세력들과는 달리 담담하게 고인을 추모한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조사는 한번 되새겨볼 만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분께 경의(敬意)를 표하기 위해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한·미동맹보다 우선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했고 한국인권에 대한 노무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한에까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멋있고 진심 어린 추도사(追禱辭)였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의 조사를 어떻게 듣고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10주기를 맞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친노 집권세력의 이 같은 칭송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 집권 치적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했을까? 노무현 정권을 이어받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냉혹하고 비참할 정도의 형편없는 평가를 내렸다. 노무현 정권의 집권당인 ‘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정동영과 야당인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과의 득표차는 무려 531만7708표나 됐다.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최대폭의 득표차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승(壓勝)이었고 집권당 정동영 후보의 참패(慘敗)였다. 노무현 정권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 같은 선거결과에 대해 한 논평자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최대의 공신(功臣)이 됐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허탈감, 원망과 분노, 심지어 적개심 등 민의(民意)가 함축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 결과 나타난 국민의 선택은 노무현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버림이었다. 이러한 노무현에 대한 국민의 참담한 선택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10년 후 ‘정치인의 레전드’로 부활한 것처럼 요란해 보이는 것은 무슨 현상인가? 착시(錯視)인가? 의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세(棄世)하며 남긴 유언장에서 “내 무덤 앞에 조그마한 빗돌 하나 놓아 달라”고 소박한 바람을 적었다. 그러나 그가 잠든 봉하묘역은 성역화됐고 노무현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기념사업 또한 성대하다.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전집 7권>을 내놓았다.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 ‘노무현입니다’(2017)에 이어 ‘시민 노무현’과 ‘노무현과 바보들’이란 영화도 제작됐다.

도종환, 함민복 등 시인 53명의 추모시집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도 출간됐다. 노무현의 일생을 담은 그래픽노블인 <안녕, 나의 노무현>도 출간됐다. 웹툰 ‘노고이산’이 있고 노무현의 필사(筆士)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노무현 평전>도 집필 중이다. 집권 당시 치적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버림받은 평가와 10년 후 사후(死後)평가가 이렇게 다른 것이 어떠한 연유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사후에 전개된 각종 기념사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짐작이 갈 뿐이다.

죽은 노무현을 앞세워 ‘노무현효과’를 노리는 정치 퍼포먼스보다는 ‘살아 있는 노무현’을 찾아내는 작업이 시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친노세력들에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