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남긴 “독재자의 후예” 발언이 수많은 파생어(派生語)를 남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자유이며 민주주의였기 때문에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면 다르게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진짜 독재자의 후예인 김정은에게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황 대표가 이 발언에 이어서 김정은 대변인, 대변인짓(?), 대변인질(?)의 세 가지 중 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물고 늘어졌다. 황교안 대표는 ‘-질’이나 ‘-짓’ 같은 말은 한 적이 없다며 “천만에”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로 입장을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말이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지적에 대해 이의가 없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신분에 따라 ‘언어의 품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정잡배의 말과 성인군자의 말이 같을 수 없고 불학무식한 사람과 지성인과의 말이 같을 수 없다. 고관대작의 높은 벼슬아치와 낮은 벼슬아치의 말이 같을 수도 없다. 교양과 학식과 덕망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불특정 정치인들의 말이 같을 수도 없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권력을 틀어쥔 집권세력은 방어적이고 수세(守勢)적 태도를 취하고 권력을 쟁취하려는 야권세력(野圈勢力)들은 공격(攻擊)적이고 적극적인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따라서 동원되는 언어선택과 표현이 다르게 마련이다.

말은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음성기호이다. 생각이나 느낌을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가 말이다. 말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통령의 발언은 영향력이 크고 파급효과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어휘선택이 신중해야 하고 그 발언으로 인해 기뻐할 사람과 아파할 사람 등에 대한 배려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언어품격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부드럽고 모나지 않으면서 전국민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은 독설(毒說)에 가깝다. 독설은 듣는 사람에 따라 상처를 주게 된다. 그 독기는 사회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대통령이 작심하고 내뱉은 “독재자의 후예” 발언은 문 대통령이 신뢰(?)하는 김정은에게 당장 “진정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갔다. 또 “남로당의 후예” “약탈자의 후예” “독재적 발상” “반민주적”이란 비난에 봉착했다.

‘5·18 광주’가 역사적 사건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건국’이란 역사적 사실보다는 역사적 의미가 족탈불급이 아닌가? ‘대한민국의 건국’에 대해서도 부정하고 괴상한 논리를 펴는 자들이 있는데 어째서 ‘5·18 광주’에 대해서만 부정과 반대가 있을 수 없으며 문제제기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인가? 대통령의 독설 자체가 일방적이지 않은가?

왕조시대에는 임금님의 말씀을 윤음(綸音)이라 했고 왕명을 어명(御命)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말은 그만큼 권위와 신뢰와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특정 세력에게 비수(匕首)를 꼽고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진영논리에 몰입하면 또 다른 진영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대통령은 만백성의 대통령이지 어느 한쪽의 대변인 노릇만 하는 반쪽짜리 대통령이 아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대통령은 참다운 국가지도자가 될 수 없다. 그런 지도자는 국민으로부터 잊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