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별세를 두고 엇갈린 두 가지 시선(視線)이 세상인심의 야박함을 말해 주고 있다. 언론은 ‘인거여항(人去餘航)’이라 했다. 조양호 회장은 영원히 떠나갔지만 그가 걸어온 ‘45년 항공인생’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세계 항공산업의 거목(巨木)”
“코리아 하늘길 넓히고 떠난 항공인”
“안전철학으로 글로벌 항공사 키워”
“수송보국(輸送報國) 45년의 길, 글로벌 항공계 거목”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뒷받침” 등 고인(故人)이 살아 남긴 업적을 기렸다.

영결종천(永訣終天), 명복(冥福)도 빌었다. 권력과 여론과 언론이 조 회장을 ‘포토존’에 세워놓고 하이에나처럼 괴롭히더니만 사후(死後)에는 어떻게 이렇게 순한 양(羊)처럼 표변할 수 있는가? 그래서 ‘여론은 아침저녁으로 변하고(朝夕變) 권력의 시녀(侍女)들은 주구(走拘)처럼 설쳐대는 것’이라고 했던가? ‘죄(罪)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도 전해오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비보(悲報)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하다. 폐질환(肺疾患)이 사망원인이라는 유족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100세 시대에 향년 70은 요절(夭絶)이라는 주장도 있고, ‘적폐청산’이란 권력의 칼날이 조 회장을 고통과 절망으로 몰고 갔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신문은 사설까지 썼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칼날에 이재수 전 보안사령관 등 4명이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며 항거하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양호 회장도 생존 시 본인과 가족의 크고 작은 잘못에 대해 수사기관으로부터 18회나 압수수색을 당했고 14번이나 소환(召喚)됐으며 검찰·경찰·국세청 등 11개 사정기관으로부터 시달렸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조 회장의 이러한 혐의는 본인이 사망함으로써 검찰은 ‘공소권(公訴權) 없음’으로 모든 것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죽을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권력의 근성(根性)이 얼마나 잔인하고 끈질기며 무서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라고 세평(世評)은 전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비록 괴로움과 고통의 이 세상을 훌훌 버리고 떠나 갔지만 그가 생전에 보여 준 ‘수송보국’과 ‘국적기(國籍機)의 자부심’만은 길이길이 태극기와 함께 세계만방에 휘날리기를 바란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