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물’ 누가 이 청년을 울게 하였는가?

촛불에 나타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무임승차한 정권의 허상

“정권이 바뀌어도 변한 것 없이 그대로”라며 대통령 앞에서 항의하며 울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국민의 눈시울을 적셨다. 콧등을 찡하게 했다.

대통령 문재인은 1일 80여 개 시민단체 대표 1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문재인 지지율 이탈의 핵심축인 청년단체는 물론 보수단체까지 불러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통합 의지를 부각시키려는 간담회 자리였다. 대통령 문재인은 “촛불혁명 이전의 시민사회와 정부는 반대자 입장에서 비판하던 관계였다면 이후에는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고 귀를 기울이는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며 시민단체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청년실업난 등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면서 분위가 엄중해졌다.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정책은 행정실무 중심 논의에 빠져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다. 엄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청년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각 부처의 준비나 의지는 약하고 대처도 부족하다”며 내내 울먹였다. 엄창환은 “청년정책에 대해 담당 비서관과 담당 부서도 없어서 이것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청년들은 전해 들은 바 없다. 이런 것들을 좀 챙겨 봐 달라”고 호소했다.

엄 대표의 질타와 원망의 발언이 끝나자 청와대는 간담회를 비공개로 바꾸고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4월2일자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인용). 청년 엄창환을 누가 울게 만들었나? 엄창환이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를 뱉어내니까 공개 간담회를 비공개로 하고 취재기자들을 내쫓아 낸 것은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함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비판과 원성을 감추기 위한 꼼수는 아니었는가? 문재인 정부의 무능한 실정(失政)에 대해 퍼부어지는 국민의 비난을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속임수는 아니었는가?

사회통합을 강조하면서 촛불혁명은 왜 끄집어냈는가? 촛불에 나타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무임승차한 정권의 허상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공개 간담회를 비공개로 덮어 버렸는가? 국민의 귀와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기 위해 기자들을 내쫓았는가?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청와대의 치사 졸렬한 모습에 쓴웃음 짓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앞에서도 당당하게 소신 발언을 하고 정부의 청년정책을 비판한 용기 있는 청년 엄창환이 있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게 한다.

작고 문인 민태원은 수필 ‘청춘예찬’에서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했다. 청년의 끓는 피를 누가 역류시키고 있는가? 청년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는가?

청년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감언이설은 국가의 장래를 망하게 하는 길이다. 투명한 이성(理性)과 얼음처럼 차디찬 지혜는 청년의 생명이다. 오늘 비록 고달픈 삶이 있을지라도 깨어 있는 청년이 건재(健在)할 때 국가의 장래는 밝을 것임을 확신한다. 청년들에게 기대와 희망은 주지 못할망정 청년을 울려서는 안 된다. 청년이 눈물을 흘리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런 지도자는 참다운 지도자라 할 수 없다. 청년이여 긍지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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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丁 2019-04-02 오후 9:51

    필시 촛불을 들고 나왔을 터이고 문재인을 찍고, 더불당 의원을 찍었을 터이고, 박원순, 조희연을 찍었을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나라를 세우고 지키고 땀흘려 살만큼 이루어 놓은 세대들의 충고를 꼰대들의 잔소리라고 무시한 댓가다. 청년들 고통에 동정심이 들지 않는 이유다. 박근혜 불행의 연원도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 말 안듣고 최태민과의 緣을 끊지 않은 고집으로 인한 결과 아니겠나. 꼭 겪어봐야 깨닫는 인간이 가장 무지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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