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을 통하여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맞이하여 김정은(金正恩)의 북한이 벌이고 있는 가상적(假想的)인 ‘트루먼 쇼’(Truman Show)의 광태(狂態)를 보면서 떠오르는 감상(感想)은 “과공비례(過恭非禮)”(친절도 정도가 지나치면 예가 아니다)와 “과유불급(過猶不及)”(넘치는 것은 모자람보다 못 하다)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들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도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럴 일이 과연 생기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하는 일이 생긴다면 소위 ‘개명(開明)’한 문명사회를 자부하는 남쪽에서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그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또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다. 고대 소설 ‘춘향전(春香傳)’에 나오는 다음의 한시(漢詩)다.
金樽美酒 千人血
玉盤佳肴 萬姓膏
燭淚落時 民淚落
歌聲高處 怨聲高
한국인들 치고 이 한시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듯 하지만 우리 말로 풀어 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된다.
금 술잔의 달콤한 술은 천 사람의 피이고
옥그릇에 담긴 풍성한 안주는 만 사람의 살점이네
떨어지는 촛농은 백성의 눈물인데
노랫가락 소리 커질수록 원망하는 소리가 커지는구나
북한식 ‘트루먼 쇼’의 기획자, 연출자이자 연기자인 김정은과 그의 졸개들이 그 같은 생각을 과연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제적 기준이 통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개방사회에서 낳고 자라서 오늘에 이른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수하(手下)들은, 평양에서의 허세(虛勢)에 찬 조작된 환대(歡待)를 받으면서, 벅찬 감동을 느낄 것이 아니라 잠시 이 한시를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