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당번도 아닌 시청 공무원을 동원해 가져 온 1만1000원짜리 전복죽이 목에 술술 넘어가는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삼복더위에 강북의 삼양동 어느 옥탑방에서 민생체험을 하고 있다.박 시장이 어째서 수십억대의 호화관저를 비워 두고 이 삼복더위에 옥탑방을 빌려서 민생체험을 하고 있는가 하고 궁금했더니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 체험이 '쇼'라며 비판여론이 빗발치자 청와대 비서관을 하다가 서울시 부시장으로 내려간 진성준이 가라사대 "옛날 임금님도 민정시찰했듯이…"라고 읊어댔다.

오라, 박원순의 이른바 옥탑방 체험이 마치 그 옛날 임금님 행차와 같은 차원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박원순은 벌써 임금님이 됐단 말인가? 박원순이 순진한 안철수를 꼬셔 양보를 받아 서울시장이 된 뒤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진 것은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일찍 행동에 들어가리라곤 미처 몰랐다.

박원순의 대통령 만들기 액션 플랜(Action Plan)이 너무 일찍 작동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역 문재인 대통령이 위세당당하게 살아 있는데 자칫 서툴고 가볍게 나섰다가는 불경죄(不敬罪)로 한칼에 제거당할 수도 있을 텐데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을 박원순은 하기나 해봤는지 궁금하다. 박원순은 임금님 흉내를 내려면 이름값답게 제대로 내야 후환이 없을 텐데 곳곳에서 허점이 벌써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가?

박원순은 서울시청 공무원들을 동원해서 가져온 값비싼 전복죽 등 '귀족식사' 사실이 들통나자 고작 1만1000원짜린데 무슨 귀족식사냐고 반문했다. 서울시청 공무원이 어디 시장 밥당번인가? 박 시장은 여기서 실언(失言)했다. 1만1000원짜리 전복죽을 제대로 사먹을 수 있는 서울시민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알고 하는 소린가? 오늘도 37~38도를 오르내리는 염천(炎天)의 뙤약볕 아래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고자 줄서 있는 허기진 군상(群像)들이 느끼는 배고픔의 절실한 현실은 민생이 아니고 무엇인가? 5000~6000원짜리 콩나물국밥 한 그릇도 제대로 사먹지 못하는 서울시민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나 있는가?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전복죽이 목에 술술 넘어가는가? 박 시장. 이런 진짜 서민들을 외면하고 보양식인 전복죽이나 시켜먹는 박원순이 진짜 서울시장이 맞는가? 박원순처럼 쇼라도 한번 해보라는 지지자들의 빗나간 격려에 혹시 더위먹은 것은 아니겠지요,

박원순 시장. 대통령으로부터 선풍기를 하사(下賜)받으니 임금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침에 반바지 입고 담배꽁초 줍고 마누라와 마주앉아 부채질하는 모습 카메라에 한 컷 찍히는 것도 좋다. 마누라와 손잡고 시장가는 흉내 내기도 좋지만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내기를 바란다. 흉내 잘 내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 무릇 큰 뜻을 품고 있는 공인(公人)은 소리소문 없이 선행(善行)과 선정(善政)을 베풀어야지 쇼처럼 보이고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한 법이요. 박원순 시장. 서울시민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