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승을 살다가 저승의 접어드는 길목엔 여러 형태의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다. 질병과 각종 사고로 타의(打意)에 의해 저승사자의 안내를 받기도 하고, 스스로 삶을 중단하여 세상을 하직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는 행위를 흔히들 자살(自殺)이라 부른다. 자실이란 어감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자사(自死)라 하기도 한다.

병사(病死)나 사고사(事故死)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다가온 불행이다. 그러나 자살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다. 그 이유도 다양하다. 현실의 고통이나 질병, 가난, 실업, 가정불화 등 신변적인 것도 있다. 또는 범죄와 부조리 등에 연루되어 부끄럽거나 양심의 가책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의 불행이나 불합리한 사회현상에 대한 저항의 뜻으로 용단을 내리는 사례도 종종 있다.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는 것을 대부분 자사(自死) 또는 자살(自殺)로 분류한다. 다만 국가와 국민의 불행이나 억울함에 대해 저항의 의사표시로 삶을 중단하는 경우는 자결(自決)이라 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그 고결한 뜻을 후세에 길이길이 섬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에 국권을 찬탈당하고 국운(國運)이 기울자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목숨을 나라에 바친 충정공(忠正公) 민영환과 대마도 유배지에서 단식투쟁하며 순국한 면암 최익현 선생이 있다.

이런 순국선열과는 달리 최근 사적(私的) 이익을 챙긴 정치인들 가운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내사단계에서 혐의가 좁혀지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특정인의 사후(死後)에 추종자들이나 특정세력들이 고인(故人)의 부정과 비리는 덮어두고 과대평가하거나 인위적으로 업적을 추켜세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향이 나타나고도 있다. 어떤 추종자는 자살이 아닌 자결이라고 주장하고도 있다. “자살하면 영웅이 되는 사회”라는 풍자어도 등장했다.

특히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는 공과(功過)를 분명하게 구분하여 사실(史實)로 남겨야 한다. 조선왕조시대 사관(史官)들은 엄격하게 기록했다. 그런 기록들이 <조선왕조실록>에도 소상하게 남아 있다. 아무나 자살하면 영웅이 되는 사회는 가치관이 건전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나라다운 나라, 건강한 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선 자살과 자결은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