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친구 K군에게 서중문안(暑中問安) 전화를 걸었더니 안부보다 피 끓는 하소연만 들어 가슴이 아팠다. K사장은 지난 1974년 34살 젊은 나이에 기업가의 꿈을 안고 철강 관련 제조업체를 설립, 경영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하여 중소기업으로서는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고 최근에는 특허도 받아 세계 시장에 진출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최근 전개되고 있는 최저임금문제 등 국내 경제상황이 어렵게 돌아가서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어젯밤에는 열대야도 열대야지만 걱정이 돼서 새벽 5시까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출근했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통계상으로는 70만~80만 명이지만 실제는 122만 명이나 되는데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국내 근로자와 똑같이 임금을 지불하라고 하니 이렇게 되면 공장가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 현지에서 40만~50만 원인 임금이 한국에선 220만 원정도로 껑충 뛰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살아남을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는 하소연이었다.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자들이 현장의 실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지시만 내리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공단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58%이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근로자들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니 중앙부처 공직자들의 탁상행정이 기업인들의 피를 마르게 한다는 고충도 들려 줬다. 최저임금 인상에다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가 인상, 저가 중국제품의 시장 잠식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중소 제조업은 한국경제의 기초다. 이들이 무너지면 한국경제의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시만 내리는 기형적 경제정책 수행자가 바로 적폐의 대상이고 공포의 대상이라고 했다. 경제는 물 흐르듯 흘러가야지 지시하고 협박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인 K군의 이야기가 너무나 절실하고 현장의 목소리 같아서 나 혼자 듣고만 있을 수 없어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