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기고 간 인생역정(人生歷程), 정치역정은 정사(正史)와 야사(野史)가 되어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운정(雲庭) 김종필(이하 JP) 전 국무총리의 서거(逝去)를 애도(哀悼)한다. JP는 누가 뭐라 하더라도 이 시대 마지막 남았던 혁명아(革命兒)였다. 5·16 군사혁명을 '정변(政變)'이라고 평가절하하든 '쿠데타'라고 하든 그런 평가와는 관계없이 JP는 기울어져 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목숨을 내놓고 당당하게 나섰던 용기 있는 군인이었다.

그의 현명한 선택은 5000년 가난의 보릿고개를 없앴고 대한민국을 근대화(近代化)시켰다. JP는 풍운아(風雲兒)였다. 그는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등 3명의 대통령 만들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도 본인은 정작 대권(大權)을 잡아보지 못한 '영원한 2인자'였다. 어쩌면 그들로부터 버림받고 배신당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JP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말년에 실토(實吐)했다. 권좌(權座)에서 물러나 '자의반 타의반(自意半他意半)' 외유(外遊)도 했고 낭인생활도 했다. 내각제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가 DJ로부터 멀어지기도 했다. '3金'의 마지막 주자(走者)가 되기를 기대도 해봤지만 YS로부터도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정치의 야박함과 불운(不運)도 체험했다. 후배 군인들로부터 '부정축재자'라는 빈축도 받았지만 JP는 가진 것 없이 노년을 병마에 시달리다가 빈 손으로 돌아갔다.

국가유공자들이 묻히는 국립현충원도 마다하고 겸손하게 고향 선산의 가족묘원(家族墓園)에 영면하기를 선택했다. JP는 권모술수와 권력암투가 판을 치는 정치판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서도 예술을 정치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한 정치인이었다. JP 자신이 능숙한 솜씨로 '아코디온'을 연주했고 '예그린 악단'을 설립하여 박용구 같은 음악인에게 운영을 맏기기도 하였다. 전문가의 경지에 이른 그림 그리기와 서예 등으로 멋쟁이 예능(藝能) 정치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낭만정치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JP는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었다. 한일회담 반대 데모가 극에 달햇을 때 JP는 서울대를 찾아가 학생들과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른바 '3김' 가운데 '4서5경'(四書五經)을 제대로 공부한 지도자였다. 한국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JP지만 그는 회고록(回顧錄)이나 자서전(自敍傳) 따위의 구질구질한 자기 자랑을 남기지 않은 정치지도자였다. JP는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살아 온 대한민국 근대사의 역사를 '증언(證言)'으로 남겨놓고 갔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기술한 것이 아니라 신문기자로 하여금 기록하게 했다(중앙일보).

9選 국회의원에다 국무총리, 그가 남기고 간 인생역정(人生歷程)은 물론 정치역정이 정사(正史)와 야사(野史)가 되어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冥福)을 비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