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북한 공산독재 세습체제를 욕하지 밀고 敵로도 경원시하지도 말고 친구처럼 어깨동무하며 '우리 민족끼리' 잘 살아가란 말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결과의 특징은 남, 북, 미 정상회담이 몰고 온 평화의 돌개바람이 모든 것을 싹쓸어가 버렸다. 우파는 궤멸했고 좌파는 완승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인가? 아니면 보수정당의 용서받지 못할 과오가 컸기 때문인가? 혹자는 보수정당은 폭삭 망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권이 경제와 민생을 망가뜨리고 있어도 그런 것들은 남북 화해무드가 삼켜버렸다는 지적도 있다.두르킹사건의 중심에 섰던 결정적 약점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비인륜적 욕설과 여배우와의 스캔들도 후보 검증에서 무사히 통과됐다. 조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유권자들은 눈 감아줬다. 자식의 병역 신체검사 의혹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도 않았다. 과거 각급 선거에서는 이런 사례 대상 후보들은 곤욕을 치르거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은 달랐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잔치집이고 자유한국당은 초상집이 됐다. 특집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은 정계개편을 거론했고 보수정당도 초토화된 잿더미에서 새싹의 움을 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정당은 권력에 함몰된 이익집단에서 가치집단으로 변신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럼 보수가 지향한 가치는 무엇이었던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고 인권을 존중하며 반공(反共)의 정신무장으로 독한 마음을 가다듬어왔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신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숭모(崇慕)하는 그 정신을 계속 지켜 왔지 않았는가?.그렇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그런 구닥다리는 팽개치고 북한 공산독재 세습체제를 욕하지 밀고 적(敵)으로도 경원시하지도 말고 친구처럼 어깨동무하며 '우리 민족끼리' 잘 살아가란 말인가?

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념을 어떻게 다스리며 헤쳐 나가야 하는가? 참으로 잠못 이루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우리의 동맹(同盟)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안보(安保)의 안전장치를 해제해 버리고 김정은의 북한체제 보장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판국에 우리가 가야 할 행로(行路)는 어디로 열려 있단 말인가?

자유한국당이 전멸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선택을 한 국민의 속마음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고 알고싶다. 어리석은 국민은 눈앞의 달콤한 현실에 안주하고 깨어 있는 국민은 내일에 다가올 이 나라를 걱정하는 법이다. 평화도 좋고 통일도 좋다.그러나 그것은 하루 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과 인내와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