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6월2일자 5면 머리기사 제목은 이렇다. <오만한 양승태… 수사 응할지 묻자 “검찰서 수사한답니까”>. 그리고 중간제목(中題)으로 <사법농단 부인한 전 대법원장, 감히 수사 못할 것, 특권의식 드러내, 특조단 조사거부 물음엔 ‘내가 가야 하나’ 되레 반문, ‘남의 일기장 보듯 뒤집었는데 더 이상 뭐가 밝혀지겠나’, 기자에게 불쾌감도>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헐뜯고 물고 늘어 졌다.

한겨레신문의 보도태도는 공정하지 못하다. 양승태의 입장표명이 맞는지 김명수 대법원장의 우물쭈물함이 맞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수사권을 가지지 못한 대법원 조사위원회가 판사들의 개인 PC를 일기장 들여다보듯 본 것은 직권남용이고 범법행위이다. 양승태 前 대법원장의 지적이 틀린 것이 있는가? 하기야 전직 대통령도 2명이나 구속시켰는데 前 대법원장 한 사람 구속시키는 것 그 자체를 두려워 하겠는가마는,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고 역사는 조작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기록돼야 한다. 갓끈 떨어진 전 벼슬아치가 무슨 특권층이란 말인가?

또 <검찰수사에 응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를 빤히 쳐다보며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라고 되물었다>는 문장도 그렇다. ‘빤히 쳐다보며’란 표현도 신문기사로는 쓸 수 없는 비속적 표현이다. 굳이 악랄하게 표현하려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질문하는 여기자보다도 키가 크니까 ‘빤히 쳐다본 것’이 아니라 ‘빤히 내려다보며’라고 썼어야 한다. 우병우 前 민정수석을 보고도 기자들을 ‘째려보며’라는 조폭적 속어를 쓴 것도 부적절하고 감정적인 기사문장이다. 기사를 감정적 표현으로 일관하는 것은 신문의 참된 사명이 아니라 언어폭력의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태도에 대해선 이렇게 비판적인 대신 한겨레신문은 1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한국기자들을 향해 협박하며 제대로 취재하라고 호통을 친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의 태도에 대해선 말문을 닫았다. 과연 리선권의 태도가 신사적이며 오만하지 않고 겸손했던가? 리선권의 시건방진 독설과 무례한 태도는 한국 언론 그 자체를 모독하고 기자들의 얼굴에다 침을 뱉은 꼴이 됐다. 그런데도 ‘양승태’가 입장을 밝힌 것은 오만하며 특권의식을 나타낸 것이고 ‘리선권’은 성인군자처럼 보였단 말인가? 리선권이 JTBC와 손석희만 칭찬하고 한겨레는 언급하지 않은 것은 섭섭하지 않았는가?

‘권력지향형 언론인 양성소 같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겨레신문은 언제쯤 독자에 대한 외면과 소통불통에서 해방될 것인가? 정론직필(正論直筆)의 길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