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거나 운전자거나 간에 믿을 수 있는 말을 전해야 하고 성사될수 있는 역할만 해야 한다.…손주놈 좋아하면 할아버지 수염 잡아당긴다는 속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 만에 극비리에 김정은을 만난 것은 김정은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다급해진 것은 김정은이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미북간의 어려워진 사정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회담이 성사됐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2시간 동안 격식없이 나눴다는 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모든 것을 북미실무자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에 김정은의 의지는 확실하다"는 사실만 확인해 줬다.

미국 NBC 기자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위한 완전하고 검증 확실한 절차인 CVID에 대해 김정은이 동의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보다도 미국의 비핵화 의지가 있는가?"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활은 과연 어떤 자격인가? 스스로 밝혔듯이 '중재자'인가? '운전자'인가? 김정은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인가? 아니면 '심부름꾼'인가? '김정은의 대변인'인가?

평소 남북정상회담 한번 하자면 물밑에서 오랫동안 뜸을 들이고 많은 조건을 내세우며 거들먹거린 것이 북한의 행동 양태이다. 그런 북한이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저자세로 나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민 태도는 북한답지 않은 놀라운 변신이다. 얼마나 혼쭐이 났으면 그 거만스런 태도에서 돌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SOS를 보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잘해야 한다. 김정은의 믿을 수없는 말이나 행동을 전하는 심부름이나 대변인 노릇만 해서는 안된다. 중재자거나 운전자거나 간에 믿을 수 있는 말을 전해야 하고 성사될수 있는 역활만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일해야지 김정은의 입장만 대변하는 실속없는 짓을 해서는 안된다.

트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을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김정은이 보인 벼랑끝 전술은 이제 너무 많이 써먹은 재래식 방법이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김계관, 최선희 같은 졸개들로 하여금 미국을 약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하하는 막말을 퍼붓게 한 그런 졸렬한 언동은 트럼프를 분노케 했다.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연기하고 리선권으로 하여금 문재인 정부를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망동을 한 것 또한 북한이 자주 써먹은 꼼수들이다. 이제 그런 북한식 벼랑끝 전술은 먹혀 들지 않는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았다. 문재인과 트럼프의 정상회담도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싱가포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만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미 싱가포르 회담의 취소 기미가 여러 번 나타났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정의용 안보실장이 99.9% 개최 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보여 준 태도와 회담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애써 외면하는 미련함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격식없는 회담이었다고 하면서도 김정은은 안에 들어 앉아 있고 김여정으로 하여금 통일각 문전 영접을 하게 한 것 또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전이 아니다. 손주놈 좋아하면 할아버지 수염 잡아당긴다는 속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