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밉지 기업이 미운 것은 아니지 않는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3년5개월 만에 다시 포토라인에 섰다. 필리핀 여성을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이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병투척 사건으로 촉발된 갑질 문제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상속세 납부 문제가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탈세의혹이 제기되고 밀수의혹 등 그룹 전체의 비리 의혹을 캐기 위해 경찰과 관세청, 검찰 등 수사기관이 동원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의 갑질 문제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5월24일도 한진빌딩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고 조양호 회장 자택과 대한항공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여러 차례 이미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동일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명품 등을 밀수입했다면 세관 등 관계기관의 묵인이나 협조 없이 그것이 가능했을까? 또 대한항공과 계열사인 '진에어'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면 국토교통부의 묵인이나 협조 없이 가능했겠는가? 하는 의심도 가질 수 있다. 물론 동조자가 있었을 것이다.

한진그룹에 대한 국토교통부, 검찰, 국세청, 경찰, 세관 등 국가기관의 조사와 수사는 경우에 따라선 기업의 존립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그룹과 대우그룹, 신동아그룹 등의 해체가 대표적 사례다. 조양호 회장의 두 딸에 의해 벌어진 갑질이 그룹 전체의 운명과 직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갑질은 갑질에 대한 단호한 처벌로 마무리해야 하고 갑질에 대한 나쁜 감정이 기업에 대한 응징으로 기업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있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 아닌가. 대한항공 사태가 하루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특히 대한항공 KAL은 태극문양을 오대양 육대주에 휘날리는 국적기(國籍機)이다. 대한민국은 잘 몰라도 KAL을 기억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대한항공은 단순한 여객과 화물운송만으로 세계 5대 항공사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종사자와 경영진이 합심하여 이룩한 성과이다. 대한항공은 록히드 마틴과 보잉등 세계적 항공기 제작사와 제휴하여 항공우주산업 발전과 공군력 강화에도 기여도가 높다.

조 회장 일가의 일탈로 인해 KAL의 명예와 경영이 상처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도 대한항공의 '제주생수'를 마시는 공공기관 직원과 시민들은 생수 한 잔 마시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를 권유한다. 사람이 밉지 기업이 미운 것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