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은 1988년 5월15일 창간사에서 “떨리는 감격으로 오늘 창간호를 만들었다”고 밝히며 “국민을 대변하는 참된 신문”이 되겠다며 다짐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5월15일 창간30주년기념 사설에선 “(전략)…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의 저하, 독자와 소통하지 않으려는 오만함 등에 대한 매서운 비판도 귀청을 아프게 흔듭니다”라고 자아비판(自我批判)했다. 국민을 대변하는 참된 신문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한겨레신문이 30년 만에 왜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독자인 국민과의 소통을 멀리하는 오만불손하고 교만한 신문으로 전락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를 한겨레신문은 스스로 밝혔다. “입에 맞는 기사만 취급하고 그렇지 않는 것은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오늘 한겨레신문이 버린 중요한 기사는 “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중심인물인 드루킹 김동원과 김경수를 연결시킨 고리 역할의 장본인이 청와대 제1부속실 송인배비서관”이라고 민정수석실이 확인해 주었는데도 이 중요한 기사를 빼버리고 기사화하지 않았다.(3판) 송인배 관련기사는 취급하지 않으면서도 6면에 “드루킹 특검 국정농단 규모 육박… 수사범위 여전히 논란”과 “드루킹 사건 선거 아닌 특검으로 풀어야”한다며 김경수 측 주장을 대서특필했다. 편파보도치고는 너무 심하다. 특검하면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별 것 아닌 것으로 끝낼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한겨레신문은 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제일 먼저 단독기사로 보도했다. “잡고 보니 민주당 당원이었다”는 기사제목으로 말이다. 신문의 속성상 자신들이 특종한 기사는 계속해서 속보(續報)를 보도하며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 주고 사회적 문제로 확대시켜 지가(紙價)를 올리는 것이 관행이다. 특종을 한 기자에게 포상도 하면서. 한겨레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특종보도한 것이 집권 여당에 대해 배신이나 한 것같이 미안해하는 기색이 보도에서 역력하게 나타났다.

현직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이 대통령 선거 전부터 여론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민정수석실의 확인에서 밝혀졌다면 무게 있는 기사거리가 아닌가? 최순실 사건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성향이 같은 경향신문(20판)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제대로 보도했다. 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은 특검으로 이어지고 청와대 현직 비서관까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그 실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만 한다. 특히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김경수, 송인배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송인배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사례금까지 받았다니 이런 천지대사건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우물쩍거리며 적당히 덮으려 하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한겨레신문이 초심을 잃어버리고 권력지향적 언론으로 타락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다. 떨리는 감격을 팽개치고 권력의 단맛을 빨고 나서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난청(難聽)이 되었기에 귀청만 아프게 흔들릴 뿐이다. 한겨레신문 출신이 외도한 사례를 짚어 보자. 김중배 사장이 MBC 사장으로 간 것을 비롯해서 정연주 논설주간이 KBS 사장, 고광현 사장이 서울신문사장, 성유보 사장이 방송위원, 오태규 논설위원이 오사카 총영사, 김의겸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영전했다. 선후배 사이의 폭력으로 살인사건도 있었고 심지어 필로폰 주사까지 맞아가면서 ‘민주, 민생, 민족’의 청사정신을 팔고 다닌 한겨레기자도 있었다.

한겨레신문은 위장시대의 어두운 가면(假面)을 벗어 던지고 밝은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오라. 언제까지 입맛에 맞는 기사만 골라 보도하면서 독자들을 조롱하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