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前 대기자 김영희에 대해 언론사 입사동기인 이동복 선생이 강하게 비판한 칼럼을 조갑제닷컴에 게재했을 때만해도 ‘왜 그렇지’하고 의아해 했다. 오늘 그 이유가 밝혀졌다.

김영희는 19일자 <중앙SUNDAY> 29면에 “홍준표는 미네르바의 부엉새를 너무 일찍 날리지 말라”라는 장문의 칼럼을 게재했다. 한마디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부푼 가슴과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황홀경에 빠진 횡설수설에 ‘김영희가 정말 대기자가 맞는가?’하는 의문을 들게 하는 예찬일색이었다. 이와는 달리 남북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영구적 대책수립을 촉구한 제1야당 홍준표 대표에게는 딴지를 걸었다. 김영희의 칼럼내용을 요약한다.

<너무 좋아서 사실로 믿어지지 않는다(too good to be true). 그 이유로는 평창과 판문점 이후 한국 사회에 넘치는 희열(euphoria)과 트럼프의 김정은 칭찬, 폼페이오의 대북 경제지원 발언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고도 했다. 북한이 고위급회담 무기연기와 김계관의 개인 성명 등이 이런 희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원인 제공자는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볼턴의 대북 강경발언이다. 그래서 존 볼턴이 바뀌든지 트럼프가 존 볼턴을 갈아치우든지 해야 한다.>

김영희는 18세기 철학자 게오르그 헤겔의 ‘법철학 요강’까지 들먹이며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성급한 비판과 폄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네르바(로마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의 부엉새는 어둠이 내려야 비로소 날개를 펴고 난다”를 인용했다. 남-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도 보지 않고 제1야당대표인 홍준표가 위장 평화쇼라고 성급하게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김영희는 어떤 기준을 대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고 단정했다. 그는 <판문점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데 합의했다. 김정은의 이니셔티브를 재래식 이해(conventlonal understanding)의 틀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내주에는 외국기자들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폐기현장을 취재한다.

<판문점회담과 싱가포르회담을 통해 한국인들이 누릴 평화의 배당금을 외면하면 안 된다. 인프라를 포함한 대북투자, 국방예산 절감, 젊은이들의 군복무 기간 단축, 한반도의 안정으로 격상될 코리아 프리미엄에 대해 제1야당 당수가 외면하고 비판하는 것은 건전한 것이 못 된다>면서 당파적 정열을 초월한 맑은 예지로 역사의 진행을 관찰하는 큰 정치로의 지향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경제가 개방되면 북한은 중국경제에 종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오산(誤算)이다. 북한이 해양으로 문을 열면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해양경제 라이벌들과 경쟁한다.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영희의 이 같은 주장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대기자의 입장이 아니라 남북한의 입장을 동시에 대변하는 정부 대변인 같아 보인다. 요즘 입을 잘못 놀려 물의를 빚고 있는 문정인 특보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김영희의 조루증 현상은 홍준표의 건전한 비판보다도 더 위험해 보인다. 회담결과가 완결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장밋빛 환상에 매몰돼 버렸다. 한반도가 비핵화 되고 평화의 봄이 왔고 통일의 철도가 이미 부설된 것처럼 속단하고 맹신하고 있다.

홍준표가 경고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과도 직결된 중차대한 남북문제를 청와대 몇몇 사람이 결정하고 김정은과 합의하는 위험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경고하는 것이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반도의 영구 비핵화를 위한 회담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과 야당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후다닥 해치우는 졸속협상이 과연 잘한 짓인가? 제1야당 대표가 집권당의 일방적 전횡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위장쇼의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지 않는가?

김영희의 잘못된 시각을 지적한다. ‘너무 좋아서 사실로 믿어지지 않는다’며 백일몽에 마취돼 있을 것이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수도 없이 많이 속고 당한 경험을 상기할 때 김정은의 말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강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황혼이 내리고 미네르바가 날개를 펴고 날게 되면 잘못된 선언과 합의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는 것 아닌가. 미네르바가 제대로 날게 하자는 것 그 자체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북한의 조평통 위원장 리선권의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선 남한의 현 정권과 마주 앉기 쉽지 않을 것”이란 엄포를 김영희는 듣고 있는가? 풍계리 핵시설 폭파 폐기현장 취재기자에 대한 명단 접수도 거부하는 김정은의 변덕과 배신을 목도하면서도 무조건 김정은을 믿어야 하고 김정은이 요구하는 대로 굽실거리며 따라가야 한단 말인가? 국민의 건전한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해 가면서 북한의 눈치나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북한에 대해 강경하면 안 되는가? 순종만 해야 되는가?

‘평화 배당금’이라니 이 무슨 잠꼬대이며 황당한 궤변인가? 한반도 평화가 우리 국민의 인내와 노력 없이 공짜로 돌아온단 말인가?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면 통일 아닌 분단의 고착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가? 김영희가 인용했듯이 “인간이 사태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항상 때가 너무 늦었을 때라는 사실은 비극이다”. 그렇다 너무 늦어도 탈이지만 너무 빨라도 탈이다. 외교에는 시행착오나 실수가 있을 수 없다. 국민적 합의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집권자의 독선은 견제가 필요하다. 김영희 前 대기자의 혼미해진 정신세계가 되살아나 냉철한 비판의식과 진정한 기자정신으로 돌아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