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기념일인 ‘철도의날’이 81년 만에 9월18일에서 6월28이로 바뀐다. 기존 철도의 날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노량진~제물포구간)’ 개통일인 1899년 9월18일을 기념하기 위해 1937년 철도기념일로 지정됐다. 그 후 1964년 ‘철도의 날’로 바뀌었다.

9월18일은 일본 식민지하에서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일제잔재(日制殘在)청산”과 “민족의 자주성(自主性) 회복” 차원에서 갑오경장 당시 철도국 창설일인 1894년 6월28일을 기념하여 6월28일을 ‘철도의 날’로 바꾼다는 것이다. 내세우는 명분은 장대하나 설득력은 약하다. 기념일도 적폐청산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1894년 6월28일은 음력이기 때문에 양력으로 환산하지 않고 양력 6월28일로 그냥 기념한다는 것은 일자가 틀린다는 지적도 있다.

철도의 날뿐만 아니라 경찰의 날과 국군의 날도 대통령령을 개정해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30명은 지난해 현행 10월1일 ‘국군의 날’을 임시정부 광복군 창설일인 1940년 9월17일로 바꾸어야 한다고 결의한바 있다. 현행 10월1일 국군의 날은 6·25동란 당시 육군이 38선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여 제정한 것이다. 경찰의 날은 미(美)군정청 경무국 창설일인 10월21일을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인 1919년 11월5일을 기념일로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자주성 회복을 주장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기념일 하나 바꾼다고 해서 일제잔재가 청산되리라고 믿는가? 이런 소극적 자세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철도에 관한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려면 일본정부와 일본자본에 의해 건설되고 부설된 1899년 경인선과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중앙선 호남선 철도도 모두 철거해야만 철도의 진정한 일제 잔재 청산이 되지 않겠는가?

청와대도 그 뿌리는 조선총독부 관저(官邸)였다. 대통령은 왜 일제 잔재인 청와대에 눌러 앉아 있는가? 이사 가지 않고… YS가 중앙청이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고 해서 철거한 그 정도의 무모한 용기(?)는 있어야 일제 잔재를 청산했다고 말할 수 있지, 쩨쩨하게 기념일 정도 바꾸면서 일제 잔재 청산했다고 큰소리는 왜 치고 있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엔 일제 잔재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용해돼 녹아있는 것도 많다. 완전한 일제 잔재 청산은 불가능하다.

일제 잔재를 적폐청산의 차원에서 처리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조작하고 뜯어 고친다고 해서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태양에 바라고 달빛에 물들면서 세월이 흐르면 역사가 되고 신화도 되면서 자정(自淨)하며 흘러가고 있다. 적폐청산, 친일 잔재 청산 같은 구닥다리는 이제 그만 읊어라. 국민이 피로감을 느낀다. 썩어 빠진 자들이 혼자서 깨끗한척하는 꼼수는 들통이 다 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