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閣下)라는 경칭(敬稱)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요즘은 ‘님’이라고 부른다. 권위주의를 버리는 것 까지는 좋으나 현직 판사가 “가카새끼짬뽕”으로 대통령을 비하하고 희화화 한 것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예의가 아니었다. 지켜야 할 예의는 예의이고 해야 할 도리는 도리로 지켜지는 것이 정상사회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각하에 대한 풍자는 자유당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아부의 극치를 보여 준다. 대통령의 방귀소리를 듣고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고 아부를 떤 공직자 얘기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지만 지금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무례함은 ‘최고 존엄’에 대한 도전이라 하여 처형의 대상이 되고도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역대 대통령들이 국민의 존경은커녕 놀림감이 되고 그 권위와 명예는  땅에 떨어져 있다. 이 시대의 불행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예우하는 것은 국가지도자에 대한 경의(敬意)의 표시이다. 따라서 대통령도 대통령다운 예우를 받자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국정수행에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각설(却說)하고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세론(世論)을 요약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며 입장을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改憲)을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개헌발의권을 행사한다.”
언론은 “38년만의 개헌발의”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을 제외한 야당과 대다수 언론은 대통령의 개헌발의는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이며 준비과정도 너무 일방적이고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개헌발의는 정부가 발의하는 것으로 법무부나 법제처 등에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발의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절차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개헌발의는 청와대 민정수석 등 비서들이 주도했고 공청회 등 여론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졸속 처리됐다는 지적이다. 국무회의 의결과정도 40분 만에 토의 없이 의결됐고 국무회의 상정 직전 3개항에 대해 수정이 있었다는 것도 너무 졸속이고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38년 만에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이렇게 성의 없이 마련되고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것도 뻔한 마당에 대통령이 외국에서 전자결재로 처리했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 성급하고 성의 없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면피성(免避性) 개헌발의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과의 약속은 전시형이 아닌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허술하고 아쉬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