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북한과 교류하는 기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요즘 북한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친구가 하는 말이 “요즘 북한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다. 전 조선이 지금 말이 아니다. 모두 말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같은 죽음이 다시 도래한 것 같다”, “우리 탈북민 친척들도 감시가 너무 심해 도움 받을 길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 누구는 국경으로 돈을 가지러 오다가 보위부에 잡혔다. 전 조선인민의 가난을 말로 다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말은 그들이 배고픔과 굶주림 속에서 죽음 임박의 길을 가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 모진 가난을 겪어온 사람들이다. 배고파서 죽는 죽음이 뭔지를 너무나도 잘 안다. 친구와 나는 북한의 골목골목에서 나뒹구는 시체를 떠올리며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온 것 같다며 전화통을 든 채로 통곡하며 울었다. 나는 전화가 끊어진 다음에도 한 시간 가량 멍하니 앉아서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지 못했다. 한 번도 믿은 적 없는 하느님을 부르며 제발 이 불쌍한 조선 백성들을 빨리 구원해달라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어제도 힘들었는데 오늘이 더 힘들다니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다. 

나는 쌀값을 다시 물었다. 그가 하는 말이 쌀을 사먹는 사람이 몇 사람이냐, 쌀을 사먹는 사람보다 쌀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쌀값이 올라가겠냐고 말했다. “아,” 하고 나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물가가 오르니 장사도 잘 안된다고 한다. 그 친구의 동생은 북한에서 공업품 장사를 하는데 전에는 옷 한두 가지씩 사 입던 사람들도 옷 파는 매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간다고 한다. 그만큼 굶주림이 극도에 달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북한에서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기가 떠오른다. 그때 나는 갑자기 없어진 배급제로 인해 밥을 먹어 본적 없다. 하루 세 끼를 외워본 적도 없다. 쌀알이 보이지 않는 죽이라도 하루 두 끼를 먹으면 잘 먹었다. 쌀을 살 돈이 없으니 쌀은 먹을 수가 없고 술을 뽑고 난 찌끼를 사다가 거기에 산에서 뜯어 온 풀을 섞어서 끼니를 외웠다.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이리저리 달래며 모주 죽을 끓이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것도 먹을 수가 있어서 행복했던 것 같다.

집골목들과 장마당 주변에서 눈물을 머금고 죽어가던 수많은 꽃제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때가 반질거리는 기운 옷을 입고 해골 같은 얼굴로 해가 비치는 따뜻한 곳을 찾아 축 늘어진 채로 죽은 듯이 꼬부리고 누워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하늘만 쳐다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을 감아 버리면 죽은 것이다. 나는 지금도 빵을 훔치던 꽃제비 아이들의 참상에 가슴이 미어진다. 극도의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장사꾼의 빵 한 개를 훔치고 달아나다 주인한테 붙들리는 순간까지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해 입안에 빵을 밀어 넣고 피투성이 되도록 맞고 다음날 운명한 꽃제비들의 참상은 가슴에 못처럼 박혀서 떠날 줄 모른다.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인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참상에 놓여있다. 북한정부는 체제 유지만을 운운하면서 핵무기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고 인민들을 죽음에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 전 세계가 떠들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오늘까지 북한 인권개선과 핵을 없애겠다는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늘만의 일일 것이다. 지금 김씨 독재는 위기일발의 순간에 처해있다. 요즘 김정은은 궁지에 빠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미북회담의 대안을 위해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상태에 빠져 어린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를지도 모른다. 김씨 독재는 북한 인권과 비핵화를 더는 미루지 말고 빨리 회담장에 나와 남북 7000만 동포들의 이름으로, 굶어죽고 맞아죽은 모든 인민들의 이름으로 국제적인 심판대에 세워야 마땅할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귀한 힘이 꼭 북한 인민을 해방하기를 빈다. 하루빨리 북한 인민들이 이 헤어날 수 없는 가난에서 구원되기를 온 마음, 온 넋을 다해서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