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시민들이 며칠 전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장'을 뒤엎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과천 시민들이 공청회장에서 이런 입장을 보인 것은 30여 년간 행정도시로 조성된 '과천시' 소재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 과천은 공동화(空洞化)되고 죽은 도시가 될 것이란 절박한 생각에 나온 주장이다. 과천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본다.

아무런 후속대책 없이 특정지역을 살리기 위해 기존도시를 황폐화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역차별이다. 이러한 과천 시민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과는 달리 수도(首都)를 옮길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려는 음모적 시도에 대해 서울 시민들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냄비 속의 개구리가 서서히 죽어가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 개구리 닮은 서울 시민들의 우둔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속이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을 브리핑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관습법에 의해 묶여 있는 수도를 옮길 수 있도록 새로운 조항(條項)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헌법개정안에 새로 마련된 헌법 제3조 2항은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이다. 이같은 조항은 새로 법률로 정하면 얼마든지 '수도'를 옮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들에 대해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수도이전 문제도 그중의 하나이다. 노무현 정부가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려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에 의해 실패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의 정신에 따라 국가의 상징인 수도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수도이전 실패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문재인 정부가 헌법개정안에 수도이전을 가능케 할 신설조항을 삽입했는데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서울시의회 의원, 국회의원, 서울시민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서울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해?" 이런 생각을하며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