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전문(前文)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로 시작된다. 대통령이 발의할 것으로 보도된 개정헌법전문 초안에 ‘5·18광주’와 ‘6·10항쟁’의 정신이 추가될 것 같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일어난 시국사태나 사건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편파적 의미를 부여하여 헌법 개정 때마다 전문에 추가한다면 앞으로의 헌법전문은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이 존립하는 동안 앞으로 어떤 시대상황이 전개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역사의 고비마다에 일어난 역사적 사태와 사건들에 대해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세력의 입맛에 따라 가볍게 첨삭한다면 헌법정신의 가치와 권위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사회를 혼란에 빠져들게 한 사건들은 수없이 많다. ‘여순반란사건’ ‘제주4·3사건’ ‘대구10·1폭동’ 등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건도 있었고 부정한 권력에 저항한 시위도 있었다. ‘대구 2·28학생데모’ ‘마산 3·15의거’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 등도 있다. 이 가운데 ‘마산 3·15의거’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자유당 정권을 붕괴시킨 역사적 국민저항이었다. 그러나 ‘마산 3·15의거’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광주 5·18’이 높이 평가돼 헌법전문에 등재될 정도라면 ‘마산 3·15의거’ 또한 헌법전문에 등재될 만한 큰 역사적 사건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화’ 못지않게 국가의 장래를 걱정한 ‘의거(義擧)’의 의미도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광주 5·18’은 헌법전문에 거론이 되고 ‘마산 3·15’는 묵살돼야 하는가?

역사적 시국 사건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특정지역 특정사건은 높이 평가하고 다른 지역 ‘의거’는 평가절하하는 역사적 과오는 용납될 수 없다. 특정지역에 대한 차별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헌법정신의 계승이라고도 할 수 없다. 헌법전문을 누더기로 만들 우려에 대해 보다 신중한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