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밀양 사람들의 참모습을 보고 왔다. 밀양(密陽)은 경남 내륙의 농업중심 도시로 산자수명한 곳이다. 밀양은 역사적으로도 변계량, 김숙자, 김종직, 박한주 등 걸출한 유학자들이 배출된 유향(儒鄕)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구국의 최전선에 나선 승병장 사명대사가 이 고장 출신이다. 영남 3대루각(樓閣)의 하나인 영남루 아래 남천강이 흐르고 '밀양아리랑'이 민족의 애환을 쓰다듬어 주기도 하는 곳이 밀양이다. 불세출의 대중가요작곡가 박시춘의 고향도 밀양이다. 넉넉한 인심과 애향심을 자랑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순후한 사람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장 밀양에 세인의 관심이 모여지기 시작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SECRET SUNSHINE:밀양'의 주연 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밀양은 유명해졌다.

그러나 최근 밀양과 인연이 있는 몇몇 사람들의 지저분한 처신이 밀양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밀양송전탑 설치반대'를 위한 직업 시위꾼들의 밀양 모여듬이 그렇고 '법무부장관에 내정됐다 낙마한 안경환의 부도덕함"'이 그렇다. '세종병원 화재'의 참상과 '연출가 이윤택과 하용부의 엽색행각'이 밀양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밀양사람들은 그들의 지저분하고 추악한 행동이 마치 자신들의 잘못인 양 부끄러워하고 있다.

특히 이윤택의 상습적인 성폭행이 폭로되면서 밀양 사람들은 낯을 들고 다니기가 창피할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70여 년을 육영사업에 몸바쳐 온 교육계 원로 D선생은 "야, 이 사람들아 우리 밀양 출신 출향인사들이 이 왜 이래 됐노?" 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지역언론과 뜻있는 분들이 밀양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함께 대책을 찾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몇몇 향인(鄕人)들의 탈선과 파렴치한 행동이 마치 자기의 잘못처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밀양사람들의 참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에겐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있고 양심과 염치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줬다. 진정 부끄러워할 자들은 순박한 밀양 사람들이 아니라 권력의 그늘에 빌붙어서 짐승처럼 놀아나는 더럽고 추악한 호색한(好色漢)들이다. 고향의 명예를 짓밟고 사는 위선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