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여검사의 검찰 내부 성추행 폭로 이후 전개된 미투(ME TOO) 운동이 검찰, 법원, 경찰, 기업, 문화예술계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봇물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성추행이니 성폭력, 성희롱 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형태의 섹스 스캔들은 한마디로 성범죄(性犯罪) 그 자체이다. 우리 사회가 변태성욕자라는 독버섯에 의해 얼마나 처참하게 병들어 있는가라는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을 보면서 충격적인 것은 그 중심에 권력층이거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막강한 천하잡놈들이 활개쳤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연극계의 대부 노릇을 한 '이윤택'과 좌파 성향의 문학단체 원로임을 자부하는 '고은'이다.

이윤택은 부산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연극활동을 하다가 서울로 갔다. 당시 기라성같은 연출가들을 하나하나 격파하며 승승장구하여 연극계의 대부 노릇을 했다. 위치가 견고해지자 이윤택은 '문화게릴라'임을 자칭하고 좌파성향의 무리들과 대오를 같이 하며 교만해지기 시작했다. 그 교만은 건달의 길로 빠져들게 했고 속칭 'X입장이'들의 행각으로 타락하게 만들었다.

이윤택이 기자회견에서 공개사과하면서 "더러운 욕망을 참지 못한 잘못을 뉘우치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성행위도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이윤택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김지현, 이승비 등 연극배우들이 이윤택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으며 면피성 꼼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윤택이 머물던 밀양연극촌의 황토방에는 연극지망생들이 연달아 불려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김지연 양은 "임신하여 낙태수술을 하고 난 뒤 이윤택이 찾아와 200만 원을 주고 갔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이승비는 이윤택이 마치 사이비종교의 교주같아 보였다고 언론에서 증언했다.

이윤택의 이러한 성범죄 행각이 폭로되자 그가 가지고 있던 공식직함은 물론 공인으로서의 자격까지도 박탈됐다. 촉망받던 한 연극인의 말로가 이렇게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이윤택 본인은 물론 연극계로서도 불행한 일이다.

원로시인 고은도 원로답지 못한 인생유전의 소유자이다. 젊은 시절 승려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수도(修道)하지 못하고 환속(還俗)하여 기행(奇行)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시인 최영미가 '괴물'이란 제목의 시(詩)에서 En으로 묘사한 장본인이 '고은'이란 사실에서 또 한번 충격을 줬다. 그는 드디어 D대학 석좌교수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수원시가 마련해준 창작공간에서도 이사하겠다고 밝혔다. 고은은 그 스승격인 미당 서정주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많은 문학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고은은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을 때 중간에 서서 얼굴을 쏘옥 내밀고 사진을 찍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는 가을이 오면 한복으로 갈아입고 자가발전하며 언론 플레이하기를 즐겨했다. '떡 줄 사람보다 김치국부터 먼저 마시기'를 좋아하는 쇼맨십이 두드러져 보이는 언행이 특유하다.

85세의 노인이 성범죄의 당사자로 지탄받는 것 또한 문학이 '인간의 구원'이란 본질에 역행(逆行)하는 탈선이다. 서울시가 마련한 그의 작품 '만인보(萬人譜)'가 철거될 것이란 소식은 그의 문학 인생을 지저분하게 마감하는 오점이 될 것이다.

이윤택과 고은. 이런 사람들이 문화예술계의 대부 노릇을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 문화예술계가 얼마나 오염되고 잘못돼 있음을 적나라하게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