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피고에게 중형(重刑)을 선고하면 사법정의가 살아 있고 특검의 잘못된 주장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면 사법정의가 사라졌단 말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이 말한 사법정의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영수 특검이 얼마나 수사를 무리하고 허술하게 했으면 재판부에 의해 특검의 기소 사실이 대부분 뒤엎어지고 말았단 말인가?

반성하기는커녕 재판부에 불만이나 내뱉는 그런 시건방진 태도가 박영수 특검의 수사 수준이란 말인가? 그것도 공소장을 여러 차례 변경해 가면서 무리하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혐의를 덮어씌우려던 특검의 계략이 재판부의 정확하고 예리한 법리 해석에 의해 무력화된 것이다. 박영수 특검의 능력과 수사 한계를 드러낸 결과이다.

박영수 특검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특검이 제출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이재용 피고에게 중형(重刑)을 선고하면 사법정의가 살아 있고 특검의 잘못된 주장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면 사법정의가 사라졌단 말인가? 그런 논리는 어느 법전에 있는 것인가? 특검의 주장대로 모두 수용하는 것이 정의라면 사법부는 왜 존재해야 하며 삼심(三審)제도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재용 피고에 대한 재판을 담당한 정형식 재판장은 2015년 서울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법관 8인'에 선정된 경력을 가진 소신과 경륜을 지닌 법관이다. 박영수 특검, '우수법관'은 있는데 '우수검사'는 왜 없는지 깊이 생각해 봤는가? 검사와 판사 차원이 다르고 격이 다른 것 아닌가? 공명심에 들떠 플리바게인(pleabargain)이나 하면서 한 건 하려는 과욕이 수사를 그르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시킨다고 보지는 않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특검수사에서 '국정농단'이니 '경제공동체', '정경유착' 등의 어마무시한 단어를 요란하게 동원해가며 씩씩하게 기자회견을 한 결과가 특검의 참패로 돌아온 것에 대해 박영수 특검은 유구무언이어야 한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2015년 6월 박영수 변호사가 수임한 슬롯머신계의 대부 정모씨 사건에서 상대방인 이모씨가 박영수 변호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고등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소송 당사자로부터 피습을 당했다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던가?

이 사건도 알고 보니 전관예우 때문에 이모씨가 패소했다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당신도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았는가? 법률 비전문가인 일개 건설업자의 잘못된 판단이 한 변호사의 신변과 명예에 아픔을 남겼을진대 하물며 법률전문가인 수사검사의 판단이 잘못된다면 그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선량한 국민이 얼마나 큰 고통과 한(恨)을 가지게 될 것인가도 깊은 사려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판사도 그렇고 검사도 그렇다. 국민의 잘잘못을 판가름하는 사람들은 '솔로몬의 지혜' 같은 신중함과 정확한 판단과 충분한 증거자료에 근거해야 한다. 수만 마리의 무리지어 가는 양떼보다도 길 잃은 한 마리 양에 대한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