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특급호텔의 호화 결혼식풍경

9급 공무원시험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공존(共存)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는 정상인가?

지난 10일 우리나라 특급호텔 가운데서도 최고급으로 알려 진 某호텔의 ‘다이너스티홀’에서 있은 혼례식에 다녀왔다. 원래 관혼상제(冠婚喪祭)에는 평소 알고지내는 사이이면 서로가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이 상례이기에 지인의 혼례에 참석했다.

신랑은 변호사 초년생이고 신부는 어느 지역 ‘미스ㅇㅇ’선발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미모의 규수(閨秀)였다. 주례(主禮)는 부장판사출신의 변호사였다. 양가(兩家)의 귀한 자녀들의 혼인이고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혼사(婚事)인 만큼 하객(賀客)들도 만당(滿堂)이었다.

그런데 축하객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얘기가 귀를 의심케 했다. 식장에 설치된 생화(生花)의 꽃값이 5000만원이고 하객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대가 1인에 20만원으로 400명분이 예약돼 있다고 했다. 그리고 5중창에 현악5중주단의 멤버들이 감미로운 축하의 음악을 연주했다.

사진사의 플래시가 연신 터지고 휘황찬란한 상데릴라 불빛아래 기화요초로 꾸며진 생화들이 식장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이 호텔에서는 하루에 단 한번 혼례를 치를 뿐 일반 예식장처럼 30분단위로 몇차례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하객들의 주고받는 얘기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자면 이정도로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도 했다. 신랑신부가 주고받는 고가(高價)의 예물을 제외하고도 식대와 생화대, 신부의 드레스비용과 사진대, 신랑신부를 비롯한 양가부모들의 화장비용, 머리손질 경비 등을 포함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억 원대는 든다는 것이 하객들의 중론(衆論)이었다.

결혼식이 끝나자 5000만 원대의 생화는 모두 해체되어 하객들이 한 다발씩 가져가기도 하고 바닥에 나뒹굴기도 했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신랑신부가 양가부모에게 인사하는 장면이었다. 신부는 선채로 목례를 했지만 신랑은 세균이 득실거리는 카펫바닥에 업드려 큰절을 올렸다. 구두를 신은채 절을 하는 모습은 예법(禮法)에도 크게 벗어나 보였다.

신랑이 성혼후 처음으로 부모에게 올리는 인사는 격식을 갖추어 하는 것이 기본인데 구두를 신고 지저분한 홀 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하는 것은 부모에 대한  정중한 인사라고 보기 힘들었다. 굳이 할려면 특급최고의 호텔답게 돗자리라도 깔아놓고 구두를 벗고 정중하게 절을 올리는 것이 바른 예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백(幣帛)이라는 엄연한 절차가 곧이어 계속되는 대도 굳이 양가부모에 대한 인사를 얼치기로 하게 하는 것은 전통을 무시한 날치기 무례한 돌출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귀한 집 자녀의 혼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나 전통혼례의 전형이 무너지고 변질된 결혼식장의 풍경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부조화와 부조리, 잘못돼 가고 있는 것에 대한 축소판의 현장이었다.

이처럼 잘못된 것을 주례도 바로 잡아 주지 않고 호텔 측 담당부서에서도 그냥 지나가 버렸다. 혼례비용 2억 원대의 최고급호텔에서 치러지는 호화결혼식이 이와 같이 무례하게 치뤄지는 것을 보고 돌아오니 TV화면 하단 스크롤 에서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흘러 가고 있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니 9급 공무원 5000명 채용시험에 24만여 명이 응시하여 46대 1의 경쟁율을 보였다고 한다. 사회지도층과 일반국민의 재산격차 5.89배로 더 늘어났다고 한다.

2억 원대의 호화결혼식을 치르는 젊은이가 있는가하면 9급 공무원시험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공존(共存)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는 정상인가? 이같은 사실을 대통령후보들과 정치사회지도자들은 알고나 있는가? 대한민국은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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