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든 리스트 작성 자체가 죄는 아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BlackList) 작성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됐다. 특검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악의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문화계 인사에 대해 그 명단을 작성했고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런  명단을 작성하는 것은 단순한 리스트(List) 작성이다. 리스트는 "종이 따위에 여러 사항을 기억하거나 점검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특별한 순서에 따라 적어 놓은 것"을 말한다.

리스트는 개인이나 조직, 단체, 국가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서 현황을 파악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거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자료들이다. 이런 자료들을 작성하는 그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특검도 수사대상 목록을 작성했고 일정에 대한 리스트도 작성했지 않았는가? 정보수사기관이 태러가능 혐의자와 간첩활동 혐의자, 성범죄 전과자 등에 대한 명단을 리스트로 만들어 동향을 관찰하거나 일단 유사시 체포수사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할 경우 그것은 고유 업무영역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것도 인권침해란 말인가? 국세청이 상습 세금체납자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그 자체도 당연한 업무영역이다. 대선출마 예상 잠룡들도 선거공약을 리스트로 작성하지 않는가? 역대 좌파정부에서도 그런 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자료로 활용하지 않았는가? 세월호와 같은 해난사고에 대해 잠수함과 충돌했다거나 국정원이 개입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날조 조작하고 구조작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켜 인명피해를 크게 했다는 등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실태를 정부가 파악하여 유언비어를 차단하는 그 자체도 당연한 업무영역일 것이다.

다만 그런 리스트를 업무 이외의 용도로 활용했다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리스트를 만든 그 자체만으로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계 인사에 대한 리스트도 그런 차원의 것이었다면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한 리스트에다 '블랙' 등의 수식어를 굳이 갖다 붙혀 범죄시한다거나 악용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수많은 리스트에다 특정의 수식어를 달아 범죄시하는 그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다. 문화계 인사라고 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국기를 뒤흔들고 국가원수에 대해 악의적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면 그런 행위에 대처해서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 불순한 행위예술가들에게까지 세금으로 지원해줘야 하는가? 정확하게 지적한다면 그것은 블랙이 아니라 레드(Red) 리스트라 부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Black은 어둠을 상징하지만 Red는 적색공포를 상징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전쟁상태의 분단국가에서 적색(赤色) 준동이 얼마나 위험한 것임을 가볍게 지나쳐 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