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맥을 달리는 청청한 기상이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두 손 모아 빌고 또 빈다.

정유년 새해 닭울음소리를 소백산 자락 금계촌(金鷄村)에서 들었다. 닭의 해 새아침을 금계촌에서 맞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것이란 생각에서 민박을 하고 소백산 산행을 했다.

금계촌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동 소백산 자락에 자리잡은 아늑한 산골마을이다. '정감록'에 따르면 십승지지(十勝之地) 가운데 일승지(一勝地)가 바로 금계촌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 각처에서 난리가 나도 안전하다는 비결을 믿고 이곳으로 이주해서 사는 주민들이 많다. 특히 평안도를 비롯한 서북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아 이른바 풍기(豊基) 경제권을 이루기도 했다.

인삼, 직조(인견)산업을 일으켜 탄탄한 경제기반을 닦기도 했다. 특히 영주는 낙동강 상류 지역으로 유교(儒敎), 불교(佛敎) 등 유불문화가 크게 번성한 곳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순흥 소수서원과 부석사, 희방사, 흑석사 등이 상징적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뿐만아니라 북위 36도선이 통과하는 국망봉(國望峰)과 금성단(錦城檀) 등 국운(國運)과 충성(忠誠)의 상징으로 전해오는 산봉우리와 유적 또한 오늘의 세태와 무관하지 않은 곳도 있다.

국망봉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의 머리 부분으로 도솔봉, 연비봉, 형제봉과 더불어 영동, 영서, 영남지방을 구분한다. 높이 1421m이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과 충북 단양군 가곡면에 걸쳐 있다.

국망봉이란 이름은 비운(悲運)의 역사를 안고 있다. 신라 말 경순왕이 신라의 국운이 기울어 고려에 자진 항복하자 이에 반대한 마의태자(麻衣太子)가 속세의 명예를 버리고 은거지를 찾아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소백산에 이르러 경주를 바라보며 망국의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그 이름이 국망봉으로 불리어졌다는 것이다.

금성단 또한 비운의 역사가 담겨 있다.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을 기리는 유적지이다. 금성대군은 1456년 형인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좌에 오르자 단종복위 운동을 벌이다가 관노(官奴)의 고변으로 사사(賜死)했다. 마의태자나 금성대군과 같은 거창한 위치에 있지 않으나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 새해 아침 금성단을 참배하고 국망봉에 올라 내 나라 내 산하(山河)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었음은 새해 새 아침이 안겨 준 기쁨이요, 소망이었다.

국망봉은 백설을 머리에 이고 설한풍(雪寒風) 칼바람이 죽계구곡(竹溪九谷)을 휘감아 돌며 불어오고 살을 에이듯 영하의 날씨였지만 그래도 언 손으로나마 국태민안의 소박한 기원을 천지신명에게 간구할 수 있었음은 참으로 행복한 첫걸음이었다.

산을 내려오며 다시 한번 기도했다. 대한민국의 국운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현명한 이 나라 백성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마음 속으로 되내이었다. 십승지지의 세 곳(금계, 춘양, 금당실)이 양백(兩白)지간에 있음 또한 예사로운 산세가 아니다. 소백준령은 영산이요, 명산이다. 푸른 산맥을 달리는 청청한 기상이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두 손 모아 빌고 또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