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벗이 50여 년간 구독해 온 <조선일보>를 절독하며 남긴 말 오랜 친구인 대구의 尹 교장으로부터 안부전화를 받았다. 입동(立冬)도 지나고 겨울이 깊어 가니 건강을 잘 챙기라는 전화였다. 멀리서나마 건강을 걱정해 주는 친구가 있으니 깊은 우정에 감사할 뿐이다.

尹 교장은 삼국유사의 고장인 경북 군위 출신이다. 그는 일찍이 교육만이 나라의 미래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동사범학교를 졸업, 40여 년간을 2世 교육에 헌신해온 이 시대의 참 스승이요, 제자와 학부형들의 존경을 받는 사표(師表)이다. 정년 후에도 그 열정을 애국운동에 쏟고 있다.

尹 교장과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잠시 시국(時局)에 관한 의견도 주고 받았다. 언론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보수언론의 배신(背信)과 변절(變節)에 대해 공감하기도 했다.

尹 교장은 50여 년간 애독해 온 <조선일보>를 한달 전에 끊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조선일보> 독자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계속 구독을 권유했다고 한다. 尹 교장은 단호히 거절하며 <조선일보>에 섭섭함을 전했다고 했다. 尹 교장이 한 이야기를 요약해 전하면 이러하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수많은 애국진영으로 부터 사랑을 받아와 놓고 나라가 어려울 때 앞장서서 한 것이 무엇이냐? 광우병 광란(狂亂) 때 조선일보가 한 것이 과연 무엇이며 현재의 이 어려운 시국에 조선일보와 TV조선이 하는 짓이 과연 옳다고 보는가?
宋 주필 사건 때 조선일보는 진솔하게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했는가? 그래놓고 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진정성이 있느니 없느니하며 빈정댈 수 있는가? 권력쟁탈에 앞장선 붕당(朋黨) 패거리와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헌납하려는 종북좌파와 어울려 장구치고 북치고 하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이렇게 할 바에야 '경향조선'이나 '한겨레조선'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지 않겠는가? 민족지(民族紙)임을 내세워 독자들을 현혹시키지 말고, 솔직하게 좌파지(左派紙)라고 선언하라.>

그는, '나는 아직도 2004년 8월15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연세대학교 송복(宋復) 명예교수의 칼럼 <유신(維新)을 말한다>를 기억하고 있다'고 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이러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반성하고 잘해보려고 손○○ 교수를 사내 윤리위원장으로 모시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尹 교장은 '(조선일보를) 다시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를 절독 선언할 때 尹 교장의 마음은, 마치 절친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尹 교장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宋復 명예교수의 칼럼 마지막 부분을 소개하면 서 이 글을 끝맺는다.

<維新을 말한다

(前略)

천하의 저항세력이 다 유신을 규탄해도 現 집권세력(注: 노무현 정권)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오히려 유신으로부터 그 강한 추진력과 성장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는지 배워야 한다. 박정희는 확실히 포퓰리스트는 아니다. 포퓰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김영삼, 김대중 兩 정권을 거치면서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다. 마치 소나무가 소나무인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추운 겨울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경구와 너무 흡사하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