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테 라베토 이탈리아 북부 치안 판사는 “개도 짖을 존재적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웃집 개가 너무 짖어 대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개가 짖을 존재적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고로 개는 짖음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짖지 않는 개는 있으나마나한 것이다.

‘바다이야기’ 도박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을 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도둑이 들려니 개도 짖지 않더라”라고 탄식한 적이 있다. ‘바다이야기’ 도박 사건은 당시 노무현 정권의 비선실세들의 배후개입설이 무성하고 비선실세들이 챙기는 이권이 수조(兆) 원이나 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개[犬]’는 언론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위 ‘워치독[WatchDog·감시견(監視犬)]’을 의미한다. 특히 부정부패, 권력남용, 뇌물수수, 비리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대책을 세우고 바로잡게 하는 정부기관이나 해당 공직자들이 ‘워치독’에 해당되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통령비서실, 내각, 사정(司正)기관, 국회, 언론 등이 대표적이다.

역대 정권에서 일어 난 각종 게이트들도 ‘워치독’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결탁하여 비리를 저질러서 국가기강이 무너지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것들이다. ‘워치독’들의 반란이나 다름없다. 개들이 제대로 짖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망각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맛있는 것을 받아먹거나 감투에 여념이 없을 때, 그리고 병들어 누워 있을 때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최순실 게이트도 다를 바 없다.